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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7년 09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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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502g | 181*211*20mm |
ISBN13 | 9788989548683 |
ISBN10 | 89895486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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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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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사는 일본인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 『사야까의 한국 고고씽』. 일본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과 비례하여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생각은 어떨지 늘 궁금했다.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갖는 불쾌감만큼이나 일본인들 또한 한국에 대해 비뚤어진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기 마련이니까. 솔직히 예전엔 방송에서 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표시하는 일본인들을 보면 참 대단하고 좋게 보였다. 한국과 일본의 오랜 악연과 악감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친밀감을 표출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였으니. 허나 그런 일본인들이 일본에 돌아가서는 오히려 한국에 대해 나쁜 말을 하고 다닌다는 얘길 듣고 느꼈던 그 커다란 배신감과 충격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이유로 하여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마냥 호감으로만 대할 수는 없었다. 나이어린 미혼의 일본여성이 혼자 한국에 와서 살면서 겪은 경험담을 낸 책이라고 하여 일견 대견한 마음도 들었지만, 또 한편 그네들의 이중성에 대한 경계심으로 완전히 신뢰할 수도 없는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사야까 입장에선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일본인이 아닌 다른 외국인이 낸 책이었다면, 처음 내게 이런 취급은 받지 않았을 테니.
그러나 진심은 통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야까씨의 글을 보니, 국적을 떠나서 벗으로 삼고 싶은, 참으로 솔직하고도 유쾌한 사람인 것 같다. 책 속에서 사야까도 얘기했지만, 일본인들은 속마음을 알기가 정말 어렵다. 겉으론 한없이 다정하고 늘 웃는 얼굴이지만 그들은 그렇게 웃으면서 능히 믿는 도끼에 발등 찍을 수 있는 무서운 사람들이다. 이런 편견 때문인지 사야까라는 사람에게서도 일본인 특유의 분위기랄지, 생각들을 보게 될 거라 생각했었다. 헌데 첫장부터 '이게 정말 일본인이 쓴 글이야? 믿을 수 없어!' 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한국인보다, 아니 나보다 훨씬 더 맛깔스럽게 쓰는 글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부산에서 한국어를 배워서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사야까씨. 가뜩이나 엽기적인 캐릭터인 듯 보이는 분이 사투리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한국에서 겪은 요절복통할 에피소드들을 맛깔스럽게 펼쳐보이시니 마음의 벽이 아무리 두껍다한들 내 어찌 그대앞에 허물어지지 않을 수 있으리요. 한국 사람보다 한국에 더 적응을 잘 한듯 보이는 그녀. 오히려 한국 사람인 나는 늘 한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가득차 별것 아닌 일에도 늘 짜증부터 부리는데, 사야까씨는 정말 황당하고 힘든 상황에서조차 특유의 긍정적이고 해학적인 마인드로 유쾌하게 넘기는 걸 보니 느끼는 바가 크고 반성하는 마음 또한 작지 않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 했다. 원효대사의 해골물처럼 지옥에 떨어져도 '여기가 낙원이다' 생각하면 낙원이 되는 것이고, 낙원에 살면서도 낙원인 줄 모르고 불만만 늘어놓는다면 그 곳은 이미 지옥에 다름아닐 것이다. 어린 나이에 겪는 나 홀로 낯선 타향살이. 그것도 그냥 외국도 아니고 일본이라면 눈부터 치켜뜨고 보는 한국에서의 힘겨운 외국 생활. 책에서는 유쾌한 에피소드만 읽을 수 있었지만 어찌 그 긴 세월동안 유쾌한 일들만 있었으랴. 우리나라에 그렇게 친절한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님을 한국인인 내가 어찌 모를까. 그럼에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문화적 차이로 이해하는 사야까씨에게 성숙한 인격이 느껴진다. 또한 내가 그렇게 싫어하고 부끄러워한 한국이 사야까라는 필터를 거치니 세상 그 어디보다 정감있고 살 만한 곳처럼 보인다.
『사야까의 한국 고고씽』은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장점을 알리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한국에서 태어나 살면서도 정작 자기 나라를 옳게 볼 줄 모르고 사랑할 줄 모르는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에게 주는 크나큰 선물인 것이다. 우리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뿌리깊은 편견과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열등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지 못하고 부끄럽다 여기니 남들도 당연히 그렇게 볼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며 박대할 것인가. 일본에서 온 이 어린 아가씨조차 아는 것을 왜 우리는 모르는가. 이제는 사랑해주자. 우리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외국인들에게는 그 어떤 화려한 겉치레로 포장한 관광상품보다 훨씬 더 기분좋고 유쾌하게 기억될 "한국" 일 것이다.
생각지도 않게 이렇게 큰 선물을 준 사야까씨에게 무한한 감사의 키스를 보낸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사는 일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겠지만, 지금 품고 있는 그 애정 변치 말길 바라며. 힘내요. 사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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