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동에 대해서는 말로만 들어 알고 있다. 직접 만난 적이 없으니 그들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그런데 실제 자폐아동의 가족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스트레스가 엄청 나다고 한다. 가족이 우울증을 앓을 정도라고 하니 그 심각성은 우리 상상을 넘어서는 정도인 것 같다. 누구라도 내 아이가 정상인 아이들과 다르다고 한다면 무척 가슴 아픈 일일 수 밖에 없다. 부모로서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특히 그게 선천적이고 치료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한다면 부모 마음이 무너져 내릴 일이다.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는데, 양육 환경 가운데 여러가지 요인으로 자폐성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치료될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함께 노력하시면 분명 좋아질 수 있고 완치될 수 있습니다."

나는 자폐 아동의 부모에게 이 말을 자주 한다. 이것이 나의 신념이고, 또 지금까지 증명된 바이다._(P.91)

결국 치료가 되느냐 아니냐가 자폐 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초유의 관심사다. 가능하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절박한 마음일 것이다. 이 책을 쓴 김승언 작가는 지난 30여 년간 수많은 자폐아동들을 만났고 자폐아동 치료 기관이자 한양대학교 발달의학센터의 자문기관이기도 한 한국특수요육원의 원감으로서 10여 년간 자폐 아동들을 치료 및 부모 상담을 해 온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저자가 말한다. 자폐는 좋아질 수 있고 완치될 수 있다고. 저자의 오랜 경험이 뒷받침하는 자신감이다.

이 책은 그런 희망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폐 아동을 둔 부모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다. 자폐의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고, 책을 읽고 나면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동반되어야 함을 알게 된다. 단순히 치료 기관에 맡기거나 약물 치료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이의 자폐증세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거기에 부모와의 관계뿐 아니라 아이 환경도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을 알아야 부모가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할 수 있다.

기관에 아무리 뛰어난 노하우가 있더라도 자폐증 치료는 가정에서 적용해야 한다. 특히 부모가 함께할 때 효과적이다._(P.247)

이 책을 통해 자폐증의 원인을 이해하고 나면 저자가 제시한 치료법에 공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녀를 향한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부모 자신도 몰랐던 잘못된 양육태도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육아가 지난한 과정이다 보니 지친 부모들이 무심코 아이들을 편하게 키우려다보니 잘못된 육아태도를 보인다. 자신도 모르게 말이다. 나는 자폐 아동의 부모가 아니지만 나 또한 잘못된 육아태도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한 집 걸러 자폐인 가족이라고 할 정도로 자폐증 발생률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게 된 것은 현대 문명의 이기가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긴 했지만 그에 따른 폐해 또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라야할 아이들이 일찌감치 장난감이나 각종 디지털 장비에 노출되고 있는 것은 자폐아동뿐 아니라 정상인 아이들까지 비정상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폐 아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이런 사실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하고 반성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아이에게 사람이 결핍되고, 사람과의 접촉이나 다양한 감각적 접촉이 부족해서 자폐증이 나타났다고 한 부분이다. 이런 결과로 사람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특정 사물에 집착한다고 했다. 감각 신경 이상과 뇌의 불균형한 발달이 자폐증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부모로서 나는 얼마나 아이들과 몸으로 부대끼며 놀아주었고 안아주었는지를 반성하게 한 대목이다.  내 아이가 느꼈을 결핍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정상으로 태어난 아이가 후천적으로 자폐아가 된다면 분명 아이를 둘러싼 환경이 문제란 얘기다. 부모의 양육태도를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자폐증 진단을 받진 않았지만 증상없이 아픈 아이들도 있을 수 있겠단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자폐증 치료를 위해 부모들이 실천해야 할 일들을 다른 아이들에게 적용해봐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더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폐 예방과 치료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touch mor(더 많은 접촉)'이다' 라고 한 뒷 표지의 문장에 더욱 힘이 실린다. 책을 읽고 나니 그렇다. 아이와 더 많이 접촉하는 것은 단순히 자폐를 치료할 뿐 아니라 아이들 건강하게 키우는 일이다. 평소에 아이를 안아주고 몸으로 놀아주지 못한 부모라면 이 책을 읽으며 나와 같이 반성하게 되리라 믿는다. 더불어 이 책이 자폐아동의 부모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서 자폐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를 바란다. 치료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저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면 더욱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자폐증은 치료를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하지만 36개월이 지났다고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치료를 망설이지 마시라. 지금이 가장 빠르다. 당장 시작하면 된다._(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