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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11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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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920쪽 | 1,280g | 145*225*40mm |
ISBN13 | 9788954431934 |
ISBN10 | 8954431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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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속에서 살아가면서 유익한 점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해석의 문제에 있어서 더 이상 저자의 의도를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물론 본인은 이 부분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고 저자의 의도는 텍스트 속에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모더니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서평의 책을 받아드는 순간 책의 두께에 압도되고, 내용에서 한번 더 압도 되어서, 도저히 저자의 의도를 쉽게 파악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을 했다. 따라서 이번 서평에 있어서는 독자반응비평 이론의 핵심적인 내용인 ‘해석은 독자의 반응에 결정된다.’는 주장에 편승해서 서평을 쓰고자 한다. 즉, 해석은 놀이이므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기준과 내 관점에서 풀어보겠다.
저자는 현대의 ‘주체’논의에 대해서 설명한다. 특히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이면서 철학자인 자크 라캉과, 그의 비평적 후계자인 르장드르, 미셀 푸코 이 세 사람의 철학을 재구성하고 본인의 언어로 해석하여 방대한 내용을 책으로 구성했다.
이 책은 라캉이 다루는 설명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라캉은 왜 난해한가?”, “라캉의 난해함이 규범적인 기능을 지니기 때문이다.”(30쪽)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라캉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라캉은 주체를 거울을 기준으로 거울 이전의 유아적 상태와 거울 이후의 자아가 분화된 상태를 구별해서 설명한다. 거울이라는 것은 아기가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는 도구이다. 아기는 자신을 돌봐주는 어머니를 자신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를 하기 때문에 아직 주체가 분화되기 전으로 생각한다. 이를 상상계라고 한다. 상상계의 특징은 자신을 하나의 주체로 인식하지 못하고 타자 지향적인 것이다. 그러나 아기가 자라고 ‘말’을 하는 순간 상상계를 벗어나 상징계로 진입하게 된다. 말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게 되고, 특히 이 시기에는 법과 규칙이라는 사회적 질서에 의해서 자신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진다. 라캉은 이 단계에서의 논의는 언어철학의 용어인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상징계에서 살아가는 주체는 이윽고 실재계에 접어들고자 하는 시도를 하게 된다. 실재계는 이상향이다. 도달 할 수 없는 곳. 한 개인이 추구하는 이상향이면서, 사회적 질서와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타자의 욕망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실재계는 도달할 수 없는 곳이다. “실재계는 세계가 아닙니다. 표상에 의해 실재계에 도달할지도 모른 다는 희망은 전혀 없습니다. 실재계란 전칭적(보편적)인 것이 아닙니다. 실재계란 엄밀한 의미에서 ‘모든 것’이 아니고, 제 요소 하나하나가 그 자체와 동일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그렇습니다.”(131쪽) 이후에 저자는 ‘향략’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더욱 길게 설명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파악이 안되므로 여기까지만 설명하겠다.
저자는 2부에서 르장드르에 대하여 설명한다. 르장드르는 라캉의 비판적인 계승자로서, 라캉이 정신분석학을 토대로 주체에 대한 논의를 했다면, 르장드르는 법, 종교, 고전어, 프랑스 행정사, 관료제의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 연구를 통해 주체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켜나갔다. 르장드르는 자신의 스승의 이론의 출발점인 정신분석학을 비판한다. 르장드르는 상상계와 상징계가 날카롭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침투한 것으로 이해한다. 즉, 상상계와 상징계가 포개지도록 하는 것이다. “거울은 하나의 장치다. 그것 자체는 말도 이미지도 아니지만, 말과 이미지와 물질로, 그 무엇보다 말과 이미지의 상호 침투로 치밀하게 조립된 하나의 장치다.”(268쪽)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서 르장드르는 스승의 ‘거울’에 대한 논의를 확장시켜서 거울은 단순히 유아기때에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라, “거울은 제 3자이며 그것을 만들어내기까지한다.”(273쪽)고 말하면서, 거울의 의미를 확장한다. 결국 르장드르에게 있어서 거울이라는 것은 ‘사회’까지 확장된다. 르장드르의 말을 들어보자. “사회인 거울. 그것은 ‘이것은 너다.’라고 말함으로써 그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이미 개인적인 것이 아닌 ‘정치적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 이 동일화에 의한 표상으로서의 주체는 생산된다. 이와 동시에 ‘이것은 네가 아니다.’라고 말함으로써 거기에 비친 애증의 모습으로부터 주체를 분리하고, 한계를 통보함으로써 ‘소격’을, ‘소외’를 생산한다. 이 두 가지 언명을 이미지의 힘을 통해 기능하게 하는 것. 이것이 <거울>의 사회적 기능이다. 고로 ‘이미지란 인간의 모태’이고, 그로부터 생산되는 우리 개개인은 이미지이고 시니피앙이다. 고로 ‘표상’이다.”
주체에 대한 논의를 사회로까지 확장시킨 르장드르의 이론은 푸코에 의해서 다시금 설명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푸코는 사회가 가진 권력, ‘광기(狂氣)’로 표현되는 권력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지배자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서 푸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회 형태에, 모든 수준의 종속=주체화”라는 것이다. 한 개인이 주체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사회 형태에 종속이 되는 것인데, 이것은 곧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푸코와 르장드르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을 조금 들어보자.
“우리는 조금 전 푸코의 이로를 끝까지 따라 가겠다고 했다. 여기에서는 권력은 ‘안 돼라고 말하는’, ‘언어적인’, ‘법’ 이라는 이해와, ‘그 법을 발화하는 자가 절대적 주체’이고 그 ‘절대적 주체’에 대한 사랑과 그 법의 발화에 대한 복종이 ‘각각의 주체’를 만들어 낸다는 구도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라는 것, 그리고 푸코가 이 ‘절대적 주체’를 직선적으로 ‘주권’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해두자. 이는 르장드르가 주장했고 우리가 살펴온 <거울>로서의 법적 주체, 즉 르장드르의 어휘를 쓰자면 ‘모뉴멘털한 주체’와 의례적인 관계를 반복함으로써 ‘주체’가 생산되는 과정자체를 비판하고 있다는 데까지는 이야기해두도록 하자”(454쪽)
사실 저자가 말하는 내용 하나하나를 이해하는 것조차 벅차다. 라캉과 르장드르와 푸코에 대한 선(先)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발견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붙들고 오랫동안 씨름했지만 결국 내가 얻어낼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체의 분화, 거울, 사회, 권력이라는 각각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일면 이들의 주장과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치밀한 논증들이었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주장이 주체의 형성과 진정한 주체에 대한 논의를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주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각 학자들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었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추측해 볼 수 있었지만, 결국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주체에 대하여 현대적 논의를 궁금해 하는자, 이 책을 만나고 읽어보면서 저자의 탁월한 지식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길고 긴 시간동안 책을 대충대충 읽고 난 뒤, 큰 감동을 받은 양 리뷰가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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