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1. 만남의 기억들<br/>편지 2. 부동의 카, 불멸의 카<br/>편지 3. 겉으로 드러난 카 - 기브 앤드 테이크<br/>편지 4. 숨어있는 카 - 마스터 앤드 컨트롤<br/>편지 5. 카 바꾸기 1 - 현재와 과거를 현재와 현재로<br/>편지 6. 카 파꾸기 2 - 대화를 반대심문으로<br/><br/>길목에서의 간주곡<br/><br/>편지 7. 모던의 객관주의적 전통 - 서양논쟁사1<br/>편지 8. 객관주의와 상대주의의 충돌 - 서양논쟁사 2<br/>편지 9. 객관주의와 상대주의의 통합 - 서양논쟁사 3<br/>편지 10. 주관과 객관의 대립을 넘어<br/>편지 11. 그래도 해야할일 : 반추와 연단<br/><br/>새출발의 간주곡<br/><br/>편지 12. 미네르바의 부엉이, 포스트모던의 부엉이<br/>편지 13. 역사 : 인간에 대한,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br/>편지 14. 양가감을 통한 역사가와 사실의 만남<br/>편지 15. 넓어지는 지평선<br/><br/>또다른 시작의 인사<br/><br/>주석<br/>

저자 인터뷰

▶ 안녕하세요. 선생님! 《포스트모던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두 번째 책이죠. 근대 역사학을 비판하며 포스트모던 역사학을 향한 여정의 한 지점일 듯합니다. 첫 번째 책인 《역사, 위험한 거울》과 이번 신간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더불어 궁금한 것은 이 책의 집필을 쓰게 된 동기입니다. 우리 사회 현상과 관련해본다면 말이죠.

질문 감사합니다. 아울러 책을 만들어 주시느라, 애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역사, 위험한 거울》과 이 책의 관계는 미묘하고도 역설적인 것입니다. 오히려 거꾸로이니까요. 《포스트모던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차분하고 학문적으로 ‘역사란 무엇인가’의 문제를 다룬 작품인 반면에, 《역사, 위험한 거울》은 실험적이고 파격적으로 ‘역사란 무엇인가’의 문제를 다뤘던 작품이니까요. 누군가 제 책들을 보아 주신다면, 먼저 《포스트모던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어 주시고, 그 다음 《역사, 위험한 거울》을 보아 주시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저를, 저의 역사관을, 그리고 저의 메시지를 이해하시는 데는 이 방법이 오히려 좋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제 메시지는 뭐냐? 그것은 한 마디로 역사는 인간에 대한,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학문이라는 것이고, 이러한 역사학의 정립을 통해 삶의 강건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단편의 조각들로만 가득 찬 허허로운 들판에, 홀로 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추와 연단을 통해, 모든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을 과감히(그리고 당연히!) 감내하면서 말입니다.

▶ 이 책을 꼭 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은 결정적인 계기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은 못 다한 이야기를 계속하고자 한 욕망입니다. 《역사, 위험한 거울》에서 너무 상징적으로 다루어진, 또는 너무 어렵게 다루어진 이야기를 조금은 쉽게 풀어보고자 한 욕구 때문입니다. 카의 신화를 해체하고자 한 욕망도 물론 빼놓을 순 없고요. 그는 한 명의 직업적 역사가(전문적인 역사 이론가는 결코 아닙니다!!)일 뿐이었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것은 물론 안고 가고, 그릇된 것은 이제는 버려야 합니다. 오늘날 역사의 배는, 카의 우려와는 달리, 칼리브디스의 암초를 지나서도 잘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동료 및 후학들의 힘을 돋우고 싶었습니다. 이 파놉티콘의 시대에서, 역사학을 포함한 인간학은 결코 소멸 되서는 안 됩니다. 역사로 상징되는 집단 기억을 통째로 전유함으로써,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증진시킬 뿐인 것들(이른바 강대국, 다국적 기업, 소비 자본주의 등등)에 대항해야 한다는 사실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같이 나아갈 뿐입니다.

▶ 《포스트모던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 ‘포스트모던’이란 말이 약간 유행이 지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포스트모던’은 무엇입니까?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와 장소에서 자세히 말씀드릴 것입니다. 단지 여기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점만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먼저 ‘포스트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던 시대’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은 하나의 사조로 범주화될 수 있는 것으로, 포스트모던적 예술이론, 포스트구조주의, 그리고 탈산업사회이론 등이 결합되어 탄생한 사조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모더니즘의 연속이냐 아니면 모더니즘의 단절이냐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더니즘에 대한 해체가 주된 특징인 ‘모던의 끝자락 사조’로 평가합니다만, 여기서 일일이 그 근거를 들이 대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포스트모던 시대’는 이와는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특정은 사조를 지칭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시대구분의 개념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막연히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부른 일련의 특징들, 예컨대 페시미즘과 니힐리즘, 절대의 부정과 다양의 긍정, 차별의 폐지와 차이의 인정, 가치의 상대화와 진실의 지역화 등등의 것들이 우리 일상적인 삶의 특징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시대가 바로 우리 시대이고, 저는 이를 ‘포스트모던 시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포스트모던의 시대가 1960년대 이후 시작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비 자본주의’가 바로 이러한 포스트모던 시대를 만들고, 만들어나가는 ‘토대’라고 믿고 있습니다.

▶ 근대 역사학과 포스트모던 역사학을 구별하는 키워드가 있을 터인데,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입니까?

이에 대해서는 제 책속에 가득 담아놓았습니다만, 하나만 말하자면, ‘하나의 절대’에 대한 신념과 ‘다양한 절대들’에 대한 신념이 양쪽을 가르는 구별점입니다. 즉, 절대는 하나일 뿐이라는 믿음이 모던의 핵심이라면, 수많은 절대들이 존재한다는 확신이 포스트모던의 요체인 것입니다.

▶ 이 책은 서간문으로 씌어졌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는지요.

우선은 다양한 독자들을, 좀 더 많이 끌어 들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글 전체의 뉘앙스와 톤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만남과 헤어짐의 이야기이니까요. 그리고 형식을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역사란 ‘글쓰기’의 시험대이기도 하다고 믿습니다. ‘좋은 글’(의미는 각자에 따라 다르겠지요!)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이제는 사치가 아니라, 의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역사, 위험한 거울》과 《포스트모던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모두 이러한 믿음의 결과입니다. 물론 평가는 독자의 몫입니다만, 그래도 소망하는 것은 이러한 시도가 동료들과 후학들에 의해 계속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