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이어서 더욱 빛나는 사랑의 찬가
작은 어촌에 노부부가 살고 있다. 이른 새벽 노인은 아내가 싸준 점심 도시락을 들고 작은 고기잡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하지만 노인의 배는 거대한 트롤선 그물에 걸려 물속으로 곤두박질하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노인은 망망대해를 떠도는 신세가 된다. 노인이 며칠째 돌아오지 않자, 어촌 여자들은 그가 틀림없이 물에 빠져 죽었다고 수군대지만, 늙은 아내는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엉뚱하게도 남편이 쿠바에 있다는 점쟁이 노파의 뜬금없는 점괘를 믿고 아내는 남편을 찾으러 바다로 나가고, 이때부터 두 사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상상초월, 기상천외한 사건들에 휘말린다. 가진 것이라곤 남편을 향한 사랑뿐인 늙은 아내는 과연 넓디넓은 세상에서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매던 남편을 만날 수 있을까? 2년 연속 앙굴렘 페스티벌에서 분야 최고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답게 한번 손에 들면 절대 내려놓을 수 없는 한 편의 영화 같은 그래픽 노블이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이 책에는 대사가 한마디도 없다.
무성영화로 제작된 한 편의 떠들썩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감동
220쪽이 넘는 이 독특한 그래픽 노블은 액션이 가미된 로맨틱 코미디의 거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놀랍게도 대사도 지문도 없다. 이 책의 공저자 루파노가 그래픽 노블 분야에서 특히 뛰어난 대사 구성력으로 평가받고, 그 남다른 능력으로 앙굴렘 페스티발에서 2년 연속 수상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책에 대사가 없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7년 동안이나 이 작품의 줄거리를 만지작거렸던 저자는 대사 없는 그래픽 노블을 구상한 동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저는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에서 대사를 한마디도 사용하지 않은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왜냐면 거짓투성이 인간 언어는 이제 식상하고 진부한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오염된 언어가 배제된 노부부의 ‘무공해’ 사랑 이야기는 글이 아니라 이미지로, 책의 화면에서가 아니라 독자의 머릿속에서 완성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자를 감동하게 하는 것은 사건과 인물 묘사의 놀라운 사실성이다. 수십 년을 이어왔어도 여전히 뜨겁고 애틋한 노부부의 사랑은 오늘날 혼탁한 세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진실한 사랑의 완벽한 알레고리 같은 것이 되어버렸지만,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독자는 디테일과 묘사의 치밀한 사실성을 통해 웃고, 손에 땀을 쥐고, 때로 가슴 뭉클한 순간을 경험한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이 책의 공저자 파나치오네는 화면을 역동적으로 구성하고, 서사의 완급을 치밀하게 조절하는 영화적 기법을 사용해 이 책을 한 편의 무성영화 같은 작품으로 완성했다. 풍부한 정서와 극적인 감정을 대사보다 훨씬 설득력 있는 이미지로 표현해 몰입도를 높인 이 작품을 ‘관람’하는 독자는 험난하고 냉혹한 오늘날 세상에서도 낙천성과 진실한 사랑이 이루어내는 기적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믿고 싶어진다.
화면 곳곳에 숨어 있는 심상찮은 메시지
독특한 표지 디자인으로 마치 커다란 정어리 통조림을 연상시키는 이 책에는 쉽게 상하지도 않고 유효기간도 짧지 않은 달콤한 사랑의 메시지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생태적 메시지가 곳곳에 숨어 있다. 노부부의 소박한 생계를 위해 바다로 나간 노인의 작은 배를 집어삼킨 거대한 트롤선은 깊은 바다 밑을 그물로 훑으면서 물고기든 어민의 삶이든 닥치는 대로 쓸어간다. 이처럼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모든 것을 쓸어 담는 자본의 힘은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한 노부부의 생계만이 아니라 그들의 삶 자체를 송두리째 파괴한다. 바다 위에 부표처럼 떠 있던 노인의 작은 배가 초현실적 괴물 같은 트롤선의 그물에 갇혀 부서지는 장면은 오늘날 거대 자본의 발바닥에 짓밟혀 죽어가는 수많은 개미를 연상시킨다. 눈먼 자본은 작고 힘없는 어부들의 생계만이 아니라 바다의 자연환경을 오염하고 파괴하며, 어류의 대량 포획으로 지구 자원 자체를 고갈시킨다. 눈먼 자본의 힘은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불법과 폭력도 마다치 않는 자본주의의 사생아들을 양산해서 해적들은 천신만고 끝에 트롤선의 그물에서 벗어나 망망대해를 떠도는 노인의 배를 약탈하는 잔혹함을 보여준다. 또한, 작은 어촌의 소박한 삶과 대조적으로 노부부가 만나는 권력자와 부호들의 무분별한 삶은 오늘날 사회 양극화의 일면을 코믹하지만 서글프게 꼬집기도 한다. 이처럼 이 책이 전하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의 배경에는 인간 경시에 대한 고발과 자연환경의 보존에 대한 호소가 짙게 채색되어 있다.
마음이 따듯해지는 그림들로 가득한 이 책은 마치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무성 만화영화처럼 독자들의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리베라시옹』
이 책은 신선하고, 재미있고, 가슴 뭉클한 모험과 등장인물들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들의 순수한 용기가 더없이 부럽다. 『피가로』
무엇보다도 이 책이 끼친 불편한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 이처럼 말 한마디 없이 엄청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동안 다른 작가들은 왜 사실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늘어놓느라고 그토록 많은 대사를 남발했는지를 되묻게 된다. 『카즈마트』
엉뚱하고, 놀랍고, 웃길 뿐 아니라 생태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사랑의 바다』는 그래픽 노블의 진정한 정수를 보여준다. 지극히 사소한 요소 하나하나가 의미를 담고 있고, 등장인물의 동작 하나, 장면 구성 하나도 성공하지 않은 것이 없다. 『디렉트 마탱』
마치 커다란 정어리 통조림처럼 생긴 이 책에는 진정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비쩍 마른 데다가 시력마저 부실한 늙은 어부 남편과 늘 지역 전통 부인 모자를 쓰고 있는 통통하고 덩치 큰 살림꾼 아내의 부부애를 바라보는 독자는 가슴이 훈훈해진다. 바다에서 사라진 남편을 두고 모두가 죽었다고 하지만, 아내는 남편을 되찾기 위해 못할 일이 없다. 그녀의 모험은 상상을 초월하는 활극으로 전개되지만, 이 책에는 또 다른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인간이 살아갈 지구 환경을 지키자는 생태적 메시지다. 『샤랑트 리브르』
초현실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이 이야기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유쾌한 유머와 깊은 감동이 이어진다. 정확하고 함축적인 화가의 그림은 놀라운 효과를 자아낸다. 그렇다, 『사랑의 바다』는 진정한 보석이다. 『노트 비블리오그라피』
이 책에 “사랑의 바다”보다 더 어울리는 제목은 없을 것이다. 독자를 웃기고, 감동하게 하고, 놀라게 하고, 때로 분노하게 하는 이 책은 헤어졌던 부부가 다시 만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코믹한 상황을 통해 보여준다. 화가의 탁월한 그림과 구성은 독자에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 특히, 이 책은 오늘날 중의적인 의미에서 ‘사랑의 바다’를 위협하는 오염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무스티크』
표현적이지만 지나치지 않고, 감동적이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이 사랑 이야기는 그 나름의 생태학적 메시지도 내포하고 있다. 여러 번 읽어야 그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이 책에는 읽을 때마다 매번 새로운 요소와 섬세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메트로』
무성영화의 흑백 이미지와 달리 이 새로운 무성영화는 일반적으로 그래픽 노블에서 볼 수 없는 매우 다채로운 색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효과는 이 현대판 콩트의 세계와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룬다. 독자들은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이 작품에 깊숙이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엠, 르몽드 매거진』
탐욕과 속도에 미친 거대한 사회가 깔아뭉개는 소시민에 대한 옹호를 배경에 깔고 있는 이 작품에는 환상과 사건이 가득하다. 독자의 마음과 영혼과 부부애에 매우 좋은 영향을 미치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스트 리퍼블릭』
사랑 이야기와 낭만주의가 뒤섞인 이 이야기는 환경, 바다, 낚시, 오염, 게다가 해적질까지도 문제 삼는 ‘문제적’ 작품이며 뛰어난 수작이다. 『오피시엘』
마르셀 마르소의 판토마임과 버스터 키튼의 슬립스틱 코미디의 중간 지점에 있는 이 작품에서 유머와 익살은 풍부하고, 모험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기크』
그래픽 노블 분야에서 대사의 귀재로 알려진 작가 윌프리드 루파노는 이 책에서 대사를 완전히 배제하는 사치를 보여줬다. 또한, 애니메이션 전문가로 잘 알려진 그레고리 파나치오네는 책에서 양면 펼침과 서사의 가속을 적절히 안배해 영화적 장면을 구성하는 연출의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다. 그 결과, 한번 손에 들면 절대 내려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그래픽 노블이 탄생했다. 『데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