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매혹적인 향수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은 장르의 틀을 과감하게 뛰어넘은 야심 찬 걸작이다. 또한, 퀘스트 소설이자 러브 스토리이자 가상현실 스페이스 오페라다.
2045년, 현실세계는 암울하다.
웨이드 와츠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을 보내는 거대한 가상현실 오아시스에 접속했을 때뿐이다. 괴짜로 유명했던 오아시스의 개발자는 대단히 난해한 수수께끼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살아생전 그가 몰두했던 1980년대 대중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만이 유일한 단서. 이 수수께끼들을 가장 먼저 푸는 사람은 그가 남긴 막대한 유산은 물론 오아시스 경영권까지 상속받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웨이드는 첫 번째 단서를 푸는 데 성공하지만, 그 순간 상금을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을 경쟁자들의 표적이 된다. 쟁탈전이 시작되고,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 더없이 완벽한 가상현실 속 자아를 뒤로하고,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원했던 현실세계의 삶에, 그리고 사랑에 정면으로 맞서야만 하는데…
★ 옮긴이의 말 ★
오타쿠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고 아직도 변하고 있으므로 딱히 한 가지로 정의하기는 어렵겠지만,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팬이나 마니아 수준을 넘어 문화 생산자를 뺨칠 정도로 뛰어난 사람으로 정의한다면 이 책을 쓴 저자는 분명 오타쿠다. 그리고 자신의 취향을 유감없이 드러낸 그의 소설 데뷔작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저자 어니스트 클라인은 원래 시나리오 작가였다. 스타워즈 팬들의 이야기를 다룬 컬트영화 「팬보이즈(Fanboys)」(2009)가 그의 시나리오로 영화화된 작품이었다.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창작물에 변형이 가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클라인은 소설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소설이라면 마음껏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였다. 그는 문득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가 게임 디자이너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에 휩싸였다. 윌리 웡카가 사탕에 집착한 사탕회사 사장이 아닌 대중문화에 집착한 게임 디자이너였다면 어땠을까? 자신이 개발한 비디오게임 속에 황금 티켓을 숨기지 않았을까? 여기서부터 뭉게뭉게 피어오른 영감은 지상 최대의 게임 대회라는 뼈대를 달고 198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살이 입혀져 화려한 SF 어드벤처 소설로 태어났다. 제목은 ‘Ready Player One’이라고 붙였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으로 주저 없이 손꼽은 [블랙 타이거]에서 오마주한 문구였다. 소설 데뷔작의 출간 후 반응은 자신의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그 반응에 힘입어 책 홍보에 활용한다는 기가 막힌 명분을 생각해낸 클라인은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온 타임머신카 드로리안 DMC-12를 장만함으로써 그의 어릴 적 꿈을 현실로 바꿨다. (그것도 마케팅 비용으로!!) 그리고 그 차를 파르지발의 드로리안처럼 ‘시간 여행이 가능하고, 유령을 소탕하며, 키트처럼 스캔하고, 물질을 통과하는’ 드로리안으로 개조했다. 세상에서 가장 오타쿠적인 자동차를 뽑는다면 1위 자리를 꿰찰 만한 자동차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개조한 차를 직접 몰고 전국의 북 투어 행사장을 누볐으며 가는 곳마다 드로리안에 타보고 인증샷을 찍으려고 몰려드는 수많은 팬들을 결코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책 속에 나오는 이스터에그 찾기 대회를 오프라인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다만 전 재산 대신 개조한 드로리안 DMC-12를 내걸었다!!)
이렇듯 저자의 삶은 SF나 게임과 경계가 모호하다. 그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신의 열정을 세상과 공유하기를 꿈꾸는 사람이다. 이 책의 단초를 제공하는 제임스 할리데이의 모습이 선연히 겹쳐지는 대목이다.
이 작품에는 독특한 설정이 깔려 있다. 2045년을 시대 배경으로 햅틱 장치를 통해 완벽하게 사실적인 촉각 체험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지만 전 인류가 가상현실로 도피해야 할 정도로 암울하기만 한 미래상을 예증하는 한편, 1980년대의 SF물과 만화, 고전 게임들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상상과 추억을 넘나드는 이 짜릿한 롤러코스터야말로 이 책이 선사하는 가장 큰 묘미인 듯싶다.
첫 번째 장만 읽어도 소설의 전체 줄거리가 무엇인지, 누가 세 개의 열쇠와 세 개의 관문을 찾아 우승자가 될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첫 번째 장은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뒤로 갈수록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쉴 틈 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1980년대 대중문화, SF, 게임에 친숙한 독자라면 좀 더 많은 의미를 읽어낼 수도 있겠지만, 이 묘한 소설은 (같은 장르임에도, 흥행이 그리 어렵지 않은 SF영화와는 지극히 딴판으로 고전 중인) SF소설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세간의 편견은 허상이라는 듯 1980년대 대중문화, SF, 게임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오락성 짙은 일반 소설로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옮기면서 나 역시 반강제적으로 참가자가 되어 1980년대 대중문화들을 집어삼킬 듯이 탐독해야 했다. 그중에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인기작도 많았지만,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작도 있었다. 추억의 작품은 추억의 작품대로 다시금, 숨은 명작은 숨은 명작대로 새롭게 음미해보는 일은 충만한 문화적 자극이었다. 서사를 이끌어가는 굵직한 작품을 제외하고도, 이 작품에는 곳곳에 다양한 작품이 녹아 있다. 셈법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얼추 200개는 족히 넘을 듯한 작품 설명을 달자면 과잉 친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서, 고심 끝에 역주는 과감히 생략했음을 밝혀둔다.
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몇 가지만 슬쩍 투척해보자면, 주인공의 이름은 ‘웨이드 오웬 와츠Wade Owen Watts’다. 가장 오타쿠적인 소설 속에서 가장 오타쿠적인 이스터에그 찾기 대회에서 우승하는 가장 오타쿠적인 영웅의 이름으로 ‘W-O-W’를 능가할 만한 이름이 또 있을까? 주인공의 아파트는 42층이고, 주인공의 두 번째 가명은 해리 터틀이다. 각각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여인의 음모」와 관련이 있다. 에이치의 채팅방 벽에 붙은 포스터는 「제다이의 귀환」이 아닌 「제다이의 복수」다. 그야말로 어느 이름 하나 허투루 지은 것이 없다.
더 알고 싶다면 구글에서 ‘ready player one references’로 검색하면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몇 개만 소개하자면 http://www.imdb.com/list/ls075756472에서는 책 속에 인용된 영화와 드라마 정보를 포스터와 함께 확인할 수 있다. http://www.shmoop.com/ready-player-one/allusions.html에서도 책 속에 인용된 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 등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다. 각종 팬 사이트를 탐방해봐도 좋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
“80년대 세대가 거침없이 써 내려간 가공되지 않은 원석과 같은 창작물. 내가 열세 살 때 입에 톡톡 캔디를 한 움큼 털어 넣고 콜라를 마신 후에 꾼 꿈을 닮은 책이다.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찰스 아다이(Charles Ardai), 에드거상 수상 작가이자 드라마 「헤이븐(Haven)」의 프로듀서
“괴짜들의 천국. 어니스트 클라인의 주인공은 생사를 걸고 가상현실 속 게임 대회에 참가한다. 다른 길은 없었다. 그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니스트 클라인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세계와 꼼꼼하게 묘사된 과거의 향수를 혼합해 진정한 괴짜들이 깊은 감명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창조했다.”
-크리스토퍼 판즈워스(Christopher Farnsworth), 『블러드 오스』의 저자
“어니스트 클라인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짙은 향수를 느끼는 광적인 오타쿠들의 신경계를 자극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자신이 재발견한 귀중한 시금석들을 짜 맞춰 단순히 책을 읽는 경험을 뛰어넘는 모험담을 창조해냈다. 내 어린 시절 최고의 추억 속에서 실컷 뛰놀게 해준 책이다.”
-폴 말몬트(Paul Malmont), 『차이나타운 데스 클라우드 페릴(The Chinatown Death Cloud Peril)』의 저자
“[던전앤드래곤]과 80년대 오락실 게임이 서로 뜨겁게 사랑해서 낳은 아이가 아제로스에서 자랐다고 상상해보라. 그 생각만으로 ‘너드가즘Nerdgasm’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을 알고 싶지도 않다.”
-존 스칼지(John Scalzi),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노인의 전쟁』의 저자
“1980년대 대중문화의 풍부한 맥을 능수능란하게 캐내며, 첨단을 달리지만 과거지향적인 미래세계에서 펼쳐지는 광속급 모험 속으로 독자를 사정없이 내던진다. 이 책이 거실이라면 분명 원목으로 마루를 깐 거실일 것이다. 이 책이 신발이라면 분명 발목까지 오는 농구화일 것이다. 이 책이 노래라면 〈아이 오브 더 타이거〉(「록키」 주제가)여야만 한다. 정말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대니얼 H. 윌슨(Daniel H. Wilson), 『로보포칼립스』의 저자
“난 이 책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어니스트 클라인은 온갖 멋진 마술을 다 동원해서 진지하면서도 명랑하고, 애처롭다가도 정말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을 써냈다. 이 소설에 기발한 발상의 책, 통속 소설, 게임에 관한 소설, 정통 SF 서사시, 코믹한 대중문화 레퍼런스 종합세트 같은 어떤 이름을 붙여도 좋다. 하지만 이 책은 당신이 붙이려는 그 어떤 수식어도 거부할 것이다. 가히 현대판 『뉴로맨서』라 할 만한 책이다.”
-윌 라벤더(Will Lavender),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오비디언스(Obedience)』의 저자
“이 책은 게임에 문외한인 나를 매료시켰다.”
- 샬레인 해리스(Charlaine Harris),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의 저자
“풍부한 표현력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즐거운 가상현실 퀘스트. 어니스트 클라인의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괴짜 소년의 성장 모험기는 대성공을 예견한다.”
- 『북리스트(Booklist)』
“혼을 쏙 빼놓는 이야기. 몸속에 있는 모든 오타쿠 세포를 자극한다. 오직 나를 위해 쓴 책처럼 느껴졌다.”
- 패트릭 로스퍼스(Patrick Rothfuss),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현자의 두려움(The Wise Man’s Fear)』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