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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5년 06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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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7쪽 | 472g | 148*210*20mm |
ISBN13 | 9788991290051 |
ISBN10 | 8991290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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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친구잖아.”
“우리 우정이 그것밖에 안 되냐?”
라는 말로 시작해서, 친구에게 이러저러한 부탁을 많이 해 봤을 것이다. 뭐, 나도 많이 그래 왔다. 우정이란 빌미로 나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친구를 꽤 많이 부렸다. 가끔 친구에게 돈을 빌리는 일도 예사이다. 과제를 위해서 부려먹는다던가, 사적인 일이든 공적인 일이든 필요할 때마다 친구를 부른다. 우정이라는 말 하나로. 대학생인 나는 특히 과제를 해가야 하는 일에 뭇 친구를 부려먹었다. 단지, 내가 편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우정에 관하여>에서 라일리우스는 말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호의를 보이고 선심을 쓰는 것은 나중에 보답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네. 우리는 선행으로 폭리를 취하지는 않네. 우리가 호의를 베풀려는 것은 그것이 자연스런 일이기 때문이네. 우리가 우정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가 물질적 이익을 바라서가 아니라 우의 자체가 충분한 이익이기 때문이네.”[우정에 관하여 9장 31절]
“우정은 이익 때문에 조작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내가 보기에 우정의 가장 사랑스러운 부분을 말살하려는 것처럼 보이네. 우리가 친구에게서 즐기는 것은 그에게서 얻는 이익이 아니라 친구의 사랑 그 자체일세. 그리고 친구로부터 얻는 것은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즐거운 법이네.” [우정에 관하여 14장 51절]
“우정이 온갖 방종과 범죄를 향해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믿는 자들은 위험한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네. 자연이 우리에게 우정을 준 것은 악덕의 동반자가 아니라 미덕의 조력자가 되라는 것이었네. 미덕은 혼자서는 최고 목표에 이를 수 없고, 다른 동반자와 결합할 때 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네.”[우정에 관하여 22장 83절]
“그래서 내가 거듭 말하고자 하는 것은 평가하고 나서 친구를 사랑해야지 사랑하고 나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네. 우리는 부주의했던 탓에 벌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친구를 고르고 사귀는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네. (중략) 우리는 날마다 만나거나 또는 호의를 주고받음으로써 서로 얽힌 다음 우정이 한창 무르익는 도중에 갑자기 어떤 불쾌한 일이 생겨 갈라서게 되는 것이라네.”[우정에 관하여 22장 85절]
그렇지.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내가 왜 친구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 아니, 같이 있다는 것이 즐겁다는 것을.
자주 만나는 친구는 만날 때마다 질리지가 않았지. 그저 만나서 이야기하고, 같이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지. 하루를 신나게 놀고 나서, 헤어질 때 말한다. ‘조만간 또 만나자구.’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는 감회가 새롭다. ‘有朋이 自遠方來하니 不亦樂乎다.’라고 하지 않는가. 변하지 않은 녀석의 예전 모습. ‘내 기억의 친구가 아직도 그대로구나.’ 라고 생각돼서 다시 대하기가 편하다. 반대로 많이 변한 녀석.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그것 나름대로 친구를 만나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아직 젊은 나이이지만, 사회에 대해서 배워 나가면 나갈수록, 친구를 만나는 이유가 점차 잊혀져가는 것 같다. ‘만나서 놀자!’ 라고 전화하던 시절은 어느새 가고, ‘나, 좀 부탁할 것이 있는데...’가 주가 되는 통화 내용.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우정에 관하여> 부분을 읽고, 전화기를 들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려고. 손익? 잠시 생각을 접어두고. 그냥 만나서 그들을 느껴보려고 한다. 뭐, 술은 그 자리에서 빠질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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