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 600년, 우리의 상인정신과 경영기법이 삼성의 정신과 경영으로 부활하다!
송상은 인삼을 세계 초일류 상품으로 만들었으며,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글로벌 무역을 하였다. 유통조직을 전국에 구축하고 전문경영인을 양성하여 경영을 맡기는 등의 뛰어난 경영술을 펼쳐 왔다.
조선시대 500년 동안 박해를 받으면서도 면면히 상인정신을 이어오던 개성상인의 맥이 끊어지게 된 것은 일제 36년 동안이었다. 약간의 개성상인의 후예들이 일제시대에도 활동을 해오다가 해방을 맞아 다시 활동을 재개하였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일어나자 모든 것이 파괴되었고 남북으로 갈리면서 개성상인 정신은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600년을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상인정신과 경영기법이 완전히 사라지나 했으나 삼성이 이를 살려 냈다고 할 수 있다. 삼성이 의도적으로 개성상인 정신을 재현시킨 것은 아니지만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상인정신을 다시 깨운 것이다.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우리들의 가슴속에서 긍정적인 상인정신과 상인의 리더십을 회복시켰다.
삼성의 합리주의, 인재 제일, 초일류주의가 송상(松商) 리더십과 비슷하다. 우리 민족의 정신에 잠자고 있던 상인정신과 리더십을 깨웠다. 삼성이 오늘날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었던 상인정신과 일류주의, 진취적인 패기를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이병철 회장의 사장학
이병철 회장은 평소에 ‘어떤 사람을 사장으로 키워야 하는가’를 가지고 생각을 많이 했다. 그가 생각하는 사장의 요건은 다음과 같았다.
* 덕망을 갖춘 인격자이어야 한다.
* 탁월한 지도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 신망을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 창조성이 풍부한 인물이어야 한다.
*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왠지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삼성 사장학’을 한 번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고 싶었다.
이병철 회장은 성균관대학의 이창우 교수의 자문을 자주 받았다. 이 교수를 만나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자문을 받았고, 사장단회의에 참가하기도 했다.
어느 날 이병철 회장은 이창우 교수를 만나서 이야기하던 중 “이 교수가 사장학에 대한 책을 써 주었으면 합니다”라고 부탁하였다. 그는 사장학이라는 책을 이 교수에게 부탁한 배경과 목적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삼성에서는 새로 과장, 부장, 임원이 되면 교육을 시킵니다. 하지만 사장이 된 사람에게는 사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교육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장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자기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잘 알고 굳이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잘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사장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사장으로서의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를 적어서 ‘사장학’이라는 책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사장이 돼서 일을 하다가 난관에 부딪쳤을 때 이 책을 들여다보고 자기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무엇을 소홀히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자는 것이지요.”
이 말을 들은 이 교수는 자신은 교수이며, 회사 경영을 해본 적이 없고 또 전공이 경영학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회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고 한다.
“내가 굳이 이 교수에게 ‘사장학’을 부탁하는 것은 이 교수 전공이 경영학이 아니라 산업심리학이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회사를 운영할 때나 사람을 다룰 때 신경 써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중점을 둬서 글을 써달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쓴 사장학 관련 책은 이미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 중심의 경영방법에 대해서는 나온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후 이창우 교수는 사람을 중심으로 ‘사장학’을 정리했다. 이 교수는 사장학을 사람 중심으로 구성했다. 기업의 존립기반인 시장 즉 기업의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인 ‘사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조직 구성원인 인간의 특성을 기업활동과 관련시켜서 검토했다. 마지막으로는 시장에 있는 고객인 사람과 조직 내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연결시키느냐, 즉 실제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이 교수가 이병철 회장의 부탁으로 쓴 ‘삼성 사장학’은 사장, 사람, 경영의 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부록에 요약하여 실었다.)
이건희 회장의 사장학
이건희 회장은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하였다. 그러나 귀국하여 이병철 회장에게 철저하게 경영수업을 받았다. 장남이 아닌 3남에게 경영을 맡긴 이병철 회장의 안목도 높이 살만하다.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회장이 일본에서 도입한 경영기법과 동양적 사상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미국식의 경영기법과 접목하였다.
이건희 회장이 생각하는 사장학은 다섯 자의 한문으로 요약된다.
‘지행용훈평(知行用訓評)’으로 많이 알고, 행동하며, 시킬 줄도 알고, 지도하고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첫 번째 덕목인 지(知)를 보자.
이 회장은 “경영자는 많이 알아야 한다. CEO는 종합예술가이다”고 말한다.
자신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였지만 전자제품을 분해, 역조립할 정도로 전자기술에 대한 식견을 갖고 있다. 이공계 출신 CEO에게는 문학과 철학을, 상경계 출신의 CEO에게는 기술을 공부하도록 했다.
두 번째 덕목은 행(行)이다.
삼성의 간부나 임원들은 현장에서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모두가 현장 경험이 있어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실행력을 갖추고 있다. 정보화가 되려면 임원이 비서를 통해서 PC를 작동하거나 e메일을 보내서는 안 된다. 직접 정보를 검색하고 바로 의사결정을 하여서 의견을 주어야 한다. 해외 출장을 가서도 외국인들과 직접 상담을 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세 번째 덕목은 용(用)이다.
이 회장은 임원들에게 한비자(韓非子)를 읽도록 권유했다. 한비자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삼류 리더는 자기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 리더는 남의 힘을 사용하고, 일류 리더는 남의 지혜를 사용한다.”
부하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고 필요하면 외부의 지혜를 이용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네 번째 덕목은 훈(訓)이다.
1993년 9월에 이 회장은 변화를 싫어하는 관리본부장들을 용인 연수원에 불러서 21세기 CEO 교육을 시켰다. 자신이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갈 것 같았는데 한 달이나 자리를 비워도 회사가 잘 돌아갔다. 관리본부장에 의존하던 많은 부하 직원들이 자신이 할 일을 제대로 수행하는 계기가 됐다.
기술과 경영을 동시에 아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이 회장은 KAIST 원장을 만났다. 카이스트의 테크노 경영대학원에 100명의 과장급 간부를 보내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였다.
다섯째 덕목은 평(評)이다.
삼성 사장단의 평가는 단순히 경영실적만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국가, 이익, 실책 등의 경영성과와 경영자의 도덕성, 리더십을 보는 경영능력과 핵심인재의 확보와 유지 등의 인력 조직관리의 3개 부문을 100점 만점으로 하여 평가한다.
그러나 점수가 조금 떨어진다고 바로 CEO가 교체되는 것은 아니다. 한자리에서 3~5년 정도 경영능력을 검증 받는다. 그렇다면 이건희 회장은 어떤 스타일의 사장을 싫어하는가를 <이건희 개혁 10년>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이건희 회장이 싫어하는 CEO의 10가지 유형
1. 양과 수치만을 중시하고 쫀쫀하게 작은 것만 챙긴다.
2. 거짓말을 한다.
3.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4. 발상의 차원이 낮다.
5. 직함에 안주하려 한다.
6. 자기 자신에게 충성할 것을 요구한다.
7.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핑계거리를 생각해 둔다.
8. 부하나 타인의 공적을 가로챈다.
9. 사내 정치에 정신이 팔려 있다.
10.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도 이병철 회장의 리더십과 마찬가지로 사람 중심의 사장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삼성에 가지 않고도 삼성형 CEO가 될 수 있다
이제 삼성은 세계 초일류 기업임에 틀림없다. 미국의 초일류 기업들도 삼성을 배우라고 한다. 일본의 소니의 아부카 회장은 소니 직원들에게 삼성을 배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저자가 25년 전에 삼성에서 근무하면서 회사에서 공부하라고 준 책이 <소니의 국제화 전략>이라는 책이었다. 그 때의 소니는 일본 최고의 전자회사이자 미국에서도 환영 받는 브랜드였다. 삼성전자는 금성사에게도 한참 뒤진 상태였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금성사(LG)를 앞지르고 지금은 세계 일류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제는 소니가 삼성을 배우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무엇이 삼성을 이렇게 성장하도록 만든 것일까?
첫째,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관된 경영방침이 실행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한 점이다.
둘째, 천만 명이 넘는 삼성인들이 몇 십 년 동안 헌신적인 노력을 하였다.
셋째로, 새로운 것에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민족의 기질을 잘 응용하였다.
넷째로, 열정적인 국민성을 기업에 쏟을 수 있도록 했다.
다섯째로, 오랫동안 이어온 상인정신과 서비스 마인드를 되살렸다.
여섯째로, 국민들의 높은 교육 수준을 잘 이용했다.
일곱째로, 사천만 명의 창조적인 국내 소비자가 있다.
이상과 같은 요인들은 삼성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은 이런 요인들을 잘 소화를 해서 기업 성장에 연결시켰다.
삼성의 경영자들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요소들을 잘 활용했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냈다. 삼성의 경영자들이 재료들을 어떻게 요리를 하고, 어떻게 고객에게 서비스를 했는가를 보면 교훈을 찾을 수 있다.
‘삼성이 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삼성의 경영방식을 다시 학습하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다시 한번 삼성의 리더십은 송상의 리더십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삼성 리더십이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송상 리더십을 학습해서 적용해 보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삼성에 가지 않고도 삼성형 CEO가 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