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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03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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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490g | 153*224*20mm |
ISBN13 | 9788996812708 |
ISBN10 | 8996812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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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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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는 삼척동자가 다 안다. 그 뻔한 승부의 결과와 애당초 성사되기 어려운 달리기 경주의 교훈도 잘알고 있다. 삐딱한 시선에서 거북이는 어떻게 총알 탄 우샤인 볼트인 토끼를 이길 수 있었을까?
예측컨대 아마 거북이는 토끼를 달리기의 경쟁상태로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토끼를 이기고자 하는 강한 승부욕이 없었기 때문에 토끼의 빠르기에 자신의 느린 발걸음을 맞출 필요가 없었다.
단지 거북이는 자신의 속도로 자신과 경쟁하며 목표점을 향해 걸어갔을 뿐이다. 그리고 승리했다.
빠른 속력이 최종의 승리자로 만들지 않는다. 인생백년을 내다보는 삶의 도도한 여정에서 빠름보다는 느림의 철학이 필요한 시대이다.
저자인 플로리안 오비츠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이자 작가이다.
직업의 특성상 최종의 결과물을 산출하기 위해 시간과 인적자원을 적절히 배분해야 하며, 많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정보통신 기계의 절대적인 의존과 본인 스스로 멀티테스킹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저자는 반복적인 작업 속에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인터넷과 다양한 IT기기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시간 부족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또한 삶의 여유로움은 찾을 수 가 없었다.
알 수 없는 의문과 회의 속에 저자는 결국 왜 바쁜가의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의 화두를 풀기 위해 전문가들을 찾아 나선다.
시간관리 제왕, 탈진 증후군 전문가, 디지털 세계와 단절한 기자, 시간 연구자 등을 차례대로 만난다.
시간 관리자 자이베르트는 '국제적인 경쟁에 관한 한 더 빨라져야합니다. 생산성이나 효율성, 신속성에서 말이죠."라며 속도경쟁을 부추기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시간과 전쟁을 벌이는 알렉스 륄레 기자를 만나는데 그는 인터넷과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아날로그적인 생활을 6개월 정도한 인물이다. 그 또한 속도의 가속화를 인해 인터넷과 휴대폰 중독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별종인간으로 취급할 정도로 디지털 기기를 멀리했던 그는 시간으로부터 해방, 속도로부터 해방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보다 더 인간적인 교류에 집중하게 된다.
오늘날 끊임없이 인터넷 세계를 부랑자처럼 떠돌아 다니기도 하고 한시라도 스마트 폰에서 눈과 엄지 손가락을 떼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완전히 사람과 사람간의 정서적인 교류는 사라지고 오로지 파편화된 개인만 남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의 외로움과 쓸슬함을 IT 기계를 통해 달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탈진 전문가의 만남을 통해 현대인의 병페를 발견한다.
" 사람들이 힘을 소진하게 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한계를 분명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하며. 자신이 가진 능력은 유한함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일을 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심이 탈진 증후군을 불러일으칸다는 것이다.
탈진 전문가의 진단은 시간 연구자인 가이슬러 교수의 충고와 상통한다.
오직 속도와 성장, 성과만으로 자신의 삶을 탈진시키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현재의 경제 체제는 시간을 돈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점점 빨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해결방안으로 "시간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에요. 돈을 더 많이 벌겠다는 생각, 더 많이 쓰야 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억대 연봉자인 '루디'의 체험을 통해 보다 구체화된다.
루디의 시간은 오로지 성공과 높은 보수, 이익과 목적달성을 위한 사교적인 만남이었고 진정 자신을 위한 시간은 없었다. 그는 시간의 노예였고 주인된 삶을 영위하지 못한 그는 심각한 정신적 질환을 앓게 된다.
그의 삶의 방향은 알프스에서 극적 전환을 가진다.
그곳에서 오롯히 시간의 주인이 되고 시간의 흐름을 오감을 열어 함께 느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루디가 금융의 정글에서 시계바늘에 온몸이 난도질 당하며 살아갔더라면 영원히 시간의 노예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와 달리 속도 가속화의 화신이며 강한자가 약한자를 잡아 먹는다라는 고전적인 속담을 재해석한 '빠른 자가 느린자를 잡아 먹는다'라는 기업 컨설팅 회사의 사장의 인터뷰는 오늘날 유럽과 미국의 금융자본의 위기를 단적을 보여준다. 마이 포흐틀러라는 여사장은 속도의 무한 가속화를 통해 많은 금융이익을 치마 속으로 탈취하고자 하는 탐욕의 돼지에 불과하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쓰며 시간 경쟁이라는 개념으로 기업의 이익을 추구한다. 로이터 통신의 유럽본부도 그녀와 유사한 빛의 흐름으로 세계를 달군다.
이 여사장의 인생자체가 속도전으로 불릴 만큼 빠른 진급과 성장을 이루었고 이미 50대 초반에 세계적인 기업 컨설팅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사장이 되었다.
과연 그녀가 언제까지 금융의 밀림에서 암사자로서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말 속도의 속도를 따라가지 위해 자신의 속도를 높이다 보면 결국 루디의 삶처럼 스스로 무너지거나 내일의 아침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편 속도와 성장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노스페이스의 창업자 톰킨스의 생태계 보호 활동도 그녀와 다른 느림의 삶을 보여준다.
저자는 시간부족의 원인과 속도 경영의 세계적 흐름을 살펴본 후 그와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이미 알프스의 산장지기로 새 삶을 시작한 금융 전문가 출신 루디 뿐만 아니라 자연과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스위스의 농부가족.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 부탄을 제시한다.
국민행복지수가 국가경영의 핵심인 나라. 이를 헌법에 명시한 나라. 모든 정책결정의 기준은 '부탄국민이 행복한가 아닌가라는 것'이다. 개발과 성장을 통한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는 방식이 아닌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는 생태환경적 개발 방식과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통해 행복을 만들어 가는 부탄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물론 가난하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지나친 속도경영과 환경 파괴적인 개발을 자제하고 인간과 자연이 어울리는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아직도 부탄은 그 해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다소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모범적인 정답이라기 보다 독자들에게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는 차원에서 제기하고 있다. 부탄 외에 국민이 행복한 국가는 많으며, 루디와 톰킨스와 스위스 농부 가족 외에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물들은 많다. 단지 시간 부족과 속도 가속화로 인해 제대로 된 삶을 누리고 있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기회를 주고 있는 셈이다.
끝으로 개인적인 차원의 대안이 아닌 정책적 차원에서 혁명적인 방안으로 '조건없는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근본적으오 현대인들이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경쟁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불안의식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침부터 새벽까지 속도를 높힐 수 밖에 없고 결국 자아의 파괴는 물론 공동체적 삶마저도 말살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이 개념은 "모든 시민들에게 법적으로 균등한 경제적 지원을 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이 가능할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미 1500년대 부터 제기 되었고 이미 독일에서는 성인에게 매월 200만원씩 지급하자는 정책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혹자는 무위도식으로 게으름뱅이들만 대량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처음 시도했는데 놀랍게도 주민들은 생업에 더욱 집중하였고 여가 시간에 본인의 창의력을 높이는 활동을 할 뿐 아니라 이웃간의 상부상조가 잘 이뤄졌다고 한다.
이후 어느 정도까지 발전이 이뤄졌는지 알 수 는 없으나 무한 경쟁과 속도의 가속화를 조절하고 인간적인 삶을 부활하기 위해서는 생존에 대한 위협을 국가차원에서 보장해 준다면 사람들은 시간을 쫓기지 않고 자신을 위한 시간, 가족을 위한 시간, 지역을 위한 시간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도 웰빙과 함께 느림이라는 새로운 생활 방식이 한 떄 유행처럼 번졌으나 먹고 사는문제로 인해 다소 시들해진 상태이다. 각 지방별로 제주의 올레길과 유사한 느림의 길들이 만들어지고 속도와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의 힐링 쉼터가 되고 있다. 그러나 고도 성장과 신자유주의의 체제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빨리 빨리의 속도전'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최장의 노동시간과 최고의 자살율,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인 노동조건, 해고와 실직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우울한 자화상은 더 이상 개인의 자기수양으로 극복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의 사회는 성장이라는 괴물을 잡기 위해 다시 속도를 높히려 한다. 속도를 따라가는 자는 속도의 바람으로 사막 속의 모래가 흩어지듯 사라져 가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는 자아의 존엄성을 잃고 절망하고 있다. 이런 광란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오직 자기변화 밖에 없다는 것이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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