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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4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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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372쪽 | 767g | 160*232*30mm |
ISBN13 | 9791196155636 |
ISBN10 | 1196155631 |
[클래스24]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이광렬 교수 강연
2024년 4월 20일(토) 오전 10시 30분 고려대학교 하나스퀘어 강당
2024년 03월 25일 ~ 2024년 0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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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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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인간은 수십 만 년의 무작위적 진화를 끝내고 생명체의 진화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가 되었다.” - P 9中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DNA염기 서열의 위치를 찾아내 해당 지점을 정확하게 절단하고 정상 DNA로 교체 수정하는 ‘놀라운 분자’에 관한 비밀의 이야기이다. 유전정보의 총체인 게놈(genome) 서열인 DNA의 특정 지점을 의도한 대로 자르고 끼워 넣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등 ‘인간이 의도한 대로 유전정보를 바꿀 수 있는 엄청난 도구’를 손에 쥐게 된 생물학적 발견에 이르는 흥분된 여정이며, 인간 자신의 진화 방향 결정을 할 수 있는 이 놀라운 기술의 위협 가능성에 대한 인류 전체의 시급한 논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제언이기도 하다.
2001년 인간 게놈의 서열 시안을 발표한 이래, 유전 질병이 DNA언어로 기록된 방식을 알게 되었지만, 자연은 잘못된 언어인 DNA의 특정 지점을 고칠 방도인 출입문을 인간에게 쉽사리 열어주지 않았다. 이 저술은 바로 이러한 난공불낙의 과제인 정상의 유전자를 어떻게 세포에 넣을 수 있는가의 방법과, 문제를 일으키는 DNA 서열의 특정 위치를 찾아 수정하는 방도를 찾아내는 지난한 열정의 과정이며, 마침내 그 비밀의 문인 ‘유전자 편집’ 기술의 성배(聖杯)를 발견한 과학 기록이다. 이로써 인간은 수십 만 년의 무작위적 진화를 끝내고 생명체의 진화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가 되었다.
그러나 이 가공(可恐)할 기술은 찬연한 희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초 개발자인 ‘제니퍼 다우드나’교수는 지금의 인류가 이 기술을 자의적으로 사용할 만큼 인간 유전학에 총체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자문한다. 우리가 종(種)의 진화에 개입했을 때 어떤 부정적 상황이 발생할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도덕적 불안감의 자각이다. 인류 전체 생명에 대한 거대 담론을 내재하고 있는 이 기술의 사용은 과학자의 손 안에만 있어서는 안 되며, 자칫 올더스 헉슬리의 유전자 카스트에 기초한 디스토피아 혹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이 되는 자멸의 길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인류 전체가 참여하는 논의와 숙고의 과제로 폭넓게 개방되어야 함을 촉구하고 있다.
1. 유전자 가위 ; 크리스퍼(CLISPR)-캐스9
어떤 과학적 발견이나 방법의 개발이던지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배경 지식도 없이 불쑥 발생하지 않는다. 질병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치료하기 위한 무수한 노력과 그 축적이 이루어졌다.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입하여 자신의 DNA를 전달 확산하는 기묘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이는 유효한 운송수단이 될 수 있다는 발상, 게놈의 특정부위만을 자르는 ‘핵산 내부 가수분해 효소 I-ScI ’의 기능 이용과 같은 누적된 과학 기술의 배경이 근간을 이룬다.
또한 학문의 상호교류와 협력은 막힌 듯한 장애를 제거하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으로 이끌기도 한다. 생화학자인 다우드나 교수의 연구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지구미생물학 교수인 질리언의 RNA간섭 연구에의 협력으로 비롯되는 것은 과학발전의 중요한 예를 제공한다.
생물체가 면역반응을 일으키며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분자체계로서 독특한 구조를 지닌 ‘크리스퍼(CL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nic repeats - 앞뒤가 동일한 서열인 짧은 회문(回文)구조가 간격을 두고 반복되는 구조의 집합체)’의 형태를 처음으로 전해 듣게 됨으로써 “박테리오파지 DNA조각을 훔치고 미래의 면역반응을 높이는데 사용하는” 이 분자의 특성을 발견하게 되는 것과 같다.
생화학연구에 기초한 분자특성 연구는 DNA를 자르는 능력이 있는 단백질 효소의 기능 실험으로 이어지고, 속도와 효율성에서 소위 ‘모터 달린 전지가위’라 할 정도의 단백질효소인 Csn1(2011년 캐스9으로 이름 확정)의 실험 입증에 이른다. 결국 “크리스퍼 RNA분자는 GPS역할을 하며, 길고 거대한 DNA분자 안에서 크리스퍼 RNA와 DNA서열이 일치하는 정확한 지점으로 캐스9을 데려간다....가이드 RNA에 있는 20개의 염기서열을 참고해서 캐스9은 DNA에서 이에 대응하는 염기서열을 인식해서 자른다.” 이로써 인류는 놀라운 정확성을 갖추고 단백질을 마음대로 프로그래밍하여 유전자를 의도대로 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것을 유전자 편집기술의 총아(寵兒)인 ‘유전자 가위’라 부른다. 빠르고 간편하며 정확하게 유전자 암호의 결함을 교정하는 유전자 개조 기술이다. 의학적 측면에서 대다수의 유전되는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DNA를 치료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제 DIY유전자 편집 키트가 15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을 만큼 누구나 집에서 세균의 게놈을 정교하게 편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상당한 수준의 위험을 내재한 이 기술의 손쉬운 접근성과 활용은 무수한 불안과 위협으로 이어질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구나 의도치 않은 재앙을 초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과학의 영역에서만 논의되기에는 그 확산과 영향의 범위가 전 지구적이며 우주적이라는 데 깊은 심각성이 있다.
2. 인간성 고찰, 윤리적 고찰, 규제 고찰
과학기술자들은 대중과의 대화를 기피한다. 자신들의 과학연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과의 논의는 연구발전의 진전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으며 장애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대중기피의 심정을 ‘제니퍼 다우드나’는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불어올 결과와 타당성에 대한 고려없이 새로운 연구 분야에 무턱대고 뛰어들고 있지 않은가? 악용되거나 남용될 수 있을까?”를 수시로 자문해야 하며, 더구나 인류의 형질변경과 같은 생명의 근본적 질서에 대한 거대한 물음을 외면하고 친숙한 과학계라는 우물 속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것임을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3년 클리스퍼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기술의 발표 이래 극히 짧은 시간에 획기적인 이 유전자 조작 기술은 전 세계의 실험과 임상 연구실로 확산되어 식물의 품종 개량, 미니 돼지와 같은 유전자 개조 동물을 만들어내기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전파와 발전, 응용에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활용되는 것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만, 저자는 자신의 도덕적 이성이 본능적이고 반사적으로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내지 못한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에서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임상 실험이 보고되었다. 2015년 4월, 가장 우려했던 인간 생식세포 유전자를 개조하는, 즉 인간을 창조하는 행위라 할 수 있는 “인간 배아 86개에 크리스퍼를 주입하는 생식세포 임상실험”이 중국 광저우의 한 대학에서 저질러졌다. 이 무모하고 허술한 시도를 한 중국인들의 실험이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어떠한 도덕적 가책도 지니지 않은 이러한 조잡한 행위가 인류의 절멸로 이어질 수 있음은 실로 놀랍고 황망하기 그지없는 마음을 쓸어내리게 한다. 인간 자신의 유전 특질을 마음대로 주물러 댈 수 있는 기술을 손에 쥐었으나 당사자인 인간은 이를 활용할 충분한 지식을 갖지 못한, 총을 쥔 세 살 박이 아이와 같은 상태에 놓여있다.
더구나 클리스퍼 기술의 잠재력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이 엄청난 무기가 아이의 손에 들어간 꼴이다. 내재한 위험, 강력한 힘을 지닌 유전자 조작 기술이 인간의 질병을 치유하는 선한 기술로서 상당한 책임에 의거한 활용은 장려되고 진작되어야겠지만 이것이 지능, 음악적 재능, 수학적 기량, 운동능력, 놀라운 미모와 같은 ‘비의료적 개선’이나, 생식세포에 적용됨으로써 인간 게놈의 돌이킬 수 없는 변형으로 나아가는 것은 인류 전체의 지속적이고 진지한 숙고와 결심을 요구한다.
1997년 채택된 <인간 게놈과 인권에 관한 국제선언>은 “인간 게놈은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기초가 될 뿐 아니라 인류 구성원 전체의 근본적인 단일성을 입증하는 기초가 된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그것은 인류의 유산이다.” 라고 하였다. 이것은 인간 종에 내재한 근본을 위태롭게 해서 인류 전체의 평등한 존엄성을 헤치고, 더 나은, ‘개성된’ 삶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위장한 우생학을 부활시키는 방법에 대한 경고라 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부유층이 생식세포 편집의 혜택을 장악함으로써 ‘유전자 간극’이라는 새로운 유전자 불평등의 세계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음의 지적이기도 하다.
이 기술의 확산은 너무도 급진적이어서 어쩌면 지금 이러한 논의가 때 늦은 타령이 될지도 모른다. 시급히 통제 관리되어야 할 가히 ‘신(神)의 기술’에 중국, 일본, 인도, 3개국은 어떠한 입법체계도 갖추지 않았으며, 인간 생식세포의 임상 실험에 아무런 강제력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인간 사회를 산산조각 낼 수 있는 이 기술에 대한 강제력을 지닌 국제적 합의와 지침 마련이 요구되는 것은 직면한 위기이며 당면과제인 것이다. 인간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인류가 마주한 가장 큰 도전이며 두려움이라는 저자의 고백은 그래서 더욱 실재적인 충격으로 다가온다. 미상원 군사위원회는 <세계위협평가>에서 여섯 가지 대량 살상무기의 하나로 이 기술을 보고하고 있다. 우리 인간은 이 기술을 과연 감당할 수 있는가는 물음은 너무도 중대한 시의성을 지니고 있다고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그 어느 것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인류 도전적 물음을 지닌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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