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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2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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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462g | 160*210*20mm |
ISBN13 | 9791188451128 |
ISBN10 | 118845112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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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책을 받아 보고는 표지의 앞뒤를 예쁘게 살필 틈도 없이 바로 쭉 읽어나갔다. 너무나도 궁금했던 책이라서. 워낙 그림 이야기를 좋아해서이기도 했고 제목대로 미래의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나의 시간을 위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일찍부터 책이 좋다고 소문나서 그런 이유가 가장 컸지만.
궁금증에 책을 바로 펼쳤기에 표지를 살뜰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은 지나쳤다. 대신 머리말인 프롤로그는 꼼꼼히 읽었다. 아마 이 시작의 글부터 책 속 이야기에 서서히 몰입이 되었던 것 같다. 신혼여행을 갓 마치고 돌아온 신혼부부 상태의 저자에게 ‘아기 낳는 것은 최대한 미루는 게 좋아.’라는 조언이라니. 현재 신혼 생활을 하고 있는 새댁인 나 역시 종종 듣는 현실 속 이들의 조언이었다. 물론 나는 아직 그 현실이 그려지지 않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넘겼다는 저자의 다음 말까지 지금의 내 상황을 보는 듯했다. 물론 곧이어 다음 문장에 딸이 태어난 뒤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라는 이 구절이 나오기 전까지는.
'역시 나는 아직 엄마의 몸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따라가기엔 벅차려나?' 하는 생각이 들던 순간 작가가 소개하는 첫 작품이 나왔다.
'......!'
그림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뜨였다.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을 위해 저자가 소개한 첫 번째 작품은 <피에르 보나르>의 <글을 쓰고 있는 젊은 여자>였다.
'엄마'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에 자연스레 느껴지는 따뜻하고 포근하고 아늑한 감정과는 크게 거리가 있는 필사적이고 안쓰러운 그림이었다. 이 충격적인 시작에 나는 마음으로 울었다. 나는 이 그림을 통해 곧장 알 수 있었다.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전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단순히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 아니라는걸. 어느 순간 우리의 이름보다 우선된 어떤 역할로서의 나. 그렇게 내 시간이 아닌 나의 시간 속에 점점 사라지는 '나'라는 존재를 애써 다시 붙잡고자 발버둥 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라는 것을.
나라는 존재에 이름보다 앞선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 그것도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큰 사명이 평생 따라붙는다는 것은 자녀가 없는 현재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큰 사건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탄생과 동시에 내겐 딸이라는 호칭과 함께 역할이 생겼다. 그리고 이제는 아내라는 이름에 며느리라는 말까지 참으로 다양해졌다. 이렇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붙은 또 다른 나의 시간. 이 이름들이 나의 시간을 책임지고 있는 것을 보면 퍽 놀랍지도 않다. 그래서일까? 생소할법한 엄마의 시간은 일기장 속에서 다시 만난 어제의 내 모습같이, 혹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서 만나는 나의 미래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신기할 만큼 친근했다. 그리고 모든 시간들이 지금의 나와 닿아있어 더 간절하고 처연했다.
저자의 엄마 되기 이야기는 각 장마다 특별한 작품들로 이어간다. 작품의 스펙트럼은 넓고도 다양하다. 회화나 조각 같은 고전적인 주제부터 설치미술같이 실험적인 주제까지 각각의 작품 속에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던 자신의 경험담을 녹여냈다. 미술을 전공한 작가의 커리어에 걸맞게 개성 있고 특색 있는 개별의 작품들을 어느 하나 이상하지 않게 적재적소에 잘 담아냈다.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고 흡입력 있게 독자를 끌어당긴다.
단숨에 프롤로그까지 다다라 마지막에 남긴 저자의 이름을 한번 더 새기고 책을 덮었다. 그제서야 뒤표지의 편지글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 1세대 작가 윤석남님의 추천사였다. 추천사를 읽는데 글이 몇 줄 담기기도 전에 눈물이 먼저 핑 돌았다. 비단 그 짧은 문장에 윤석남 작가님의 치열한 삶이 되새겨져서 그런 것뿐만은 아니었다. 아마 그보다 더 앞선 감정은 나도 그처럼 되고 싶다는 갈망에서 온 것이리라 솔직히 고백한다.
책을 읽으며 엄마도 아닌 내가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주는 이 책에 흠뻑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이것이었다. 나는 우리가 이름 보다 앞서 붙는 그 어떤 수식어와는 별개로 스스로 삶의 주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나도 그들과 같은 존재이기에.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그 사실이 엄마라는 말보다 앞서 내 마음을 울렸다.
책을 읽기 전 어떤 이유로 표지 이미지가 되었을까 궁금했던 헬레네 스키예르백의 자화상이 책을 읽은 후에는 무척이나 큰 깊이로 다가온다. 작품 속 그녀처럼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시간 속에 늘 주체적인 자신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우리의 존재 앞에 어떤 거룩한 수식어가 붙을지언정 우리는 우리 자체로 빛날 수 있길.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질 많은 이름들 모두 오롯한 나의 시간으로 물들일 수 있었으면.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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