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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본] 잔나비 공주 애사 (전2권/완결) eBook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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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본] 잔나비 공주 애사 (전2권/완결)

[ EPUB ]
강미강 | 가하 | 2017년 08월 14일 리뷰 총점6.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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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편집/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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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정보

출간일 2017년 0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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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1. 작품 소개

※ 본 도서는 ‘잔나비 공주 애사’ 1, 2권 합본입니다.


“달아나셔도 됩니다. 어째서 힘든 길을 자청하십니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텐데요.”
“여기가 잔씨의 나라이기 때문이오.”


아주 먼 옛날 존재했다고 전해지는 작은 섬나라 잔. 그곳에는 역병과 내전으로 무너져가는 잔을 다시 일으키고자 기꺼이 여장부가 된 공주 소히라가 있었고, 그녀가 사랑한 이들이 있었다.
희망의 또 다른 이름, 소히라 공주의 인생 대서사시!


그도 변하고 있다. 점점 다정하게 변하고, 숨겨놓았던 자상함을 보여준다. 나로 인해서. 그래서 퍽 사랑스럽다.
“변하지 마소서.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으니까요.”
“변하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가 없는걸.”
“소생이 대신 궂은일을 도맡을 수 있나이다. 공주님께서 그대로만 계신다면요.”
분위기가 또 아까처럼 어색해질까 봐 공연한 치기를 부렸다.
“근데 언제부터 날 그리도 열렬히 연모했대?”


2. 미리 보기

“예쁜 낭자가 요걸 보고 있구먼?”
“이게 뭐요? 옷감이오?”
“칼 잡는 손에 감는 보호천이랍니다. 수편(手扁)이라 하지요. 능숙한 칼잡이라도 칼을 오래 잡으면 손에 물집이 잡히고 거칠어지는데, 이거 하나면 그럴 일이 없지요! 깃털처럼 가벼워 더더욱 물건이랍니다. 유병들도 이걸 쓴다니까요!”
“유병? 그 이따금 나타나 사람들 돕는다는 의병대 말이오?”
“예에! 귀신 때려잡는 병사들도 쓰는 물건이라니 참으로 믿음직스럽지요? 가만있자, 낭자도 칼 좀 쓰는 것 같은데 하나 마련해보시면 어때?”
내가 칼 배운 줄 알아보다니,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뻣뻣하게 콧대를 쳐들었다.
“흠, 내 칼도 쓰고 활도 쓰고, 제법 한다오. 헌데 활을 쓸 때는 깍지도 껴야 하는데 이거까지 두르면 영 불편스럽지 않나?”
“에이, 뭔 소리래요? 낭자도 지금 두르고 있으면서.”
주인이 내 손을 가리켰다. 아, 그러고 보니 정말 나도 이 비슷한 걸 손에 감고 있었다. 처음 칼을 잡던 날 사라수가 준 것이었다. 그는 칼을 잡으면 손이 상하니 항상 감고 있으라고 했다. 사라수가 오래 써서 그런지 많이 낡았으되 이 주인이 파는 것보다는 훨씬 질이 좋다.
나는 손에 감긴 수편을 슬슬 쓸어보다가 이제껏 몰랐던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 있는 걸 내게 줬으면, 그는 맨손일 수밖에 없지 않나? 무뚝뚝하고 깐깐하게 굴긴 해도 그는 언제나 자상하다.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많이 낡아 보이는데 하나 새로 장만하시구려. 칼 잡는 맛이 달라진다니깐.”
“난 됐고, 사내 손에 맞을 만한 큼지막한 걸로 하나 주오. 근데 난 뭘 주면 되나? 갓 잡은 사슴고기가 있는데, 이거면 되겠소?”
젊은 주인은 내가 덜렁덜렁 흔드는 고깃덩어리는 본체만체하더니 눈을 가늘게 뜨곤 나를 샅샅이 훑어보았다.
“아니, 고기보단 머리에 묶은 그 수파를 주시지요. 낡았어도 아항비단인 것 같은데? 그 정도면 값어치가 얼추 맞겠는뎁쇼.”
그가 뭘 가리키는지 몰라 어리둥절하다가 비로소 내 머리칼을 묶은 수파를 탐내는 것임을 깨달았다. 아주 옛날부터 지니고 다닌 것이라 값어치 따위는 잊은 지 오래지만, 필시 아항비단은 맞을 것이다.
아주 잊고 있던 존재를 깨닫고 나니, 마찬가지로 깊숙이 묻어두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 수파는 기라공이 내게 준 것이다. 그는 토끼굴을 털고 오느라 머리가 잔뜩 엉킨 나를 보고 환히 웃더니, 품에서 고운 수파를 꺼내 지푸라기가 잔뜩 묻은 내 더러운 머리칼을 묶어줬었다. 그날 그의 손은 참으로 곱고 보드라웠다.

「그러고 계시다가 또 상왕비(上王妃)께 꾸중 들으시겠어요.」
「쳇, 어차피 다른 걸로 트집 잡으실 텐데, 뭐. 헌데 무슨 사내가 수파를 다 들고 다녀?」
「지니고 있으면 쓰임새가 있잖습니까. 지금처럼요.」

이건 안 된다고, 내게 남은 것 중 유일하게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라공의 흔적이라고, 나는 본능적으로 수파를 풀어 꽉 움켜쥐었다. 머리칼이 어깨로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나는 곧 평정을 찾았다. 그는 지금 내 곁에 없다. 그는 과거일 뿐이다. 나는 그를 잃었다. 한때는 결코 덜어낼 수 없는 내 일부였을지언정 그는 더 이상 내 세상에 속할 수 없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그가 아니다.
내가 힘들고 위험할 때면 어찌 알고 언제든지 달려오는 사람은, 내가 보듬어주지 않고 품어주지 않아도 자신이 다 감싸주겠다며 나서는 사람은, 절대 나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는 사람은, 기라공이 아닌 사라수다. 지키려면 확실히 잡고, 쳐내려면 단칼에 잘라야 하는 법. 나는 수파를 주인에게 건넸다.
“생각 잘하셨소! 요즘 세상에 비단 따위 들고 다녀서 뭐하겠어.”
“잠깐! 그래도 명색이 아항비단인데, 꼴랑 이거 하나랑 맞바꿀 수는 없지.”
나는 수편과 함께 매대에 놓인 화살도 내놓아라 주인과 실랑이를 벌였다. 주인은 누군 땅 파서 장사하냐고 잠시 버텼으되 결국엔 함께 내어주었다. 아무렴, 저 속내야 뻔하다. 아항비단처럼 값비싸고 귀한 패물들을 이 난리통에 헐값에 모았다가, 훗날 나라가 진정되면 비싸게 되팔 속셈이 분명하다.
뿌듯하게 수편을 쓸어보던 나는 기왕 주는 거 내가 직접 매어주면 그 목석같은 인간이 어쩔 줄 모르겠구나, 하는 발칙한 생각을 했다. 하여 주인더러 묶는 법을 알려달라 했다. 주인은 선심을 쓸 때는 확실히 쓰는 사람인지, 친절하게도 내 손에 천을 둘둘 매며 감는 법을 보여주었다. 칼을 잡을 때 거치적거리지 않게 하려면 폭을 얇게 잡고 손바닥과 손등 전체를 감싸며 빙빙 둘러야 한단다.
“뭐 하시는 겁니까?”
돌연 뒤에서 들려온 차가운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사라수였다. 식량과 약초로 가득 찬 자루를 어깨에 짊어진 그의 얼굴이 아까보다 훨씬 사나워 보였다. 그는 주인이 잡은 내 손을 홱 붙잡고 끌어당겼다. 눈빛이 하도 험악해 투정할 수도 없었다. 헌데 매대 주인은 그토록 싸늘한 사라수를 보면서도 재미난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
“색시가 바깥양반 모양새를 손수 내주려던 모양이구만요.”
또 색시라고 했다. 나는 사라수가 심통스럽게 부정하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주인을 못마땅하게 쳐다보고는 평소보다 거칠게 날 끌어당겼다. 그 기세에 질질 끌려가느라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어느 늙수그레한 사내와 내 어깨가 부딪치기까지 했다. 미안하다고 했는데도 상대방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내게 시비를 걸려 하자, 사라수가 앞으로 나섰다.
“사과 받았으면 가던 길 쭉 가면 되지, 뭐 더 할 말 있소?”
사라수의 험악한 기세에 늙은이는 줄행랑 쳐버렸다. 숨 돌릴 만큼 한적한 곳까지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가 멈췄다. 질질 끌리던 팔을 추스르며 이건 무슨 경우야 싶어 노려보니, 그가 먼저 말을 툭 던진다.
“아무에게나 함부로 닿으면 아니 됩니다. 그 정도는 알아서 주의하셔야지요.”
“아까까지는 매대 주인들이 뭘 씌워주고 해도 별말 안 했잖소?”
“그 사람들은 여인들이었고 방금 저 사람은 남, 아니, 됐습니다. 그냥 누구도 가까이하지 마소서.”
얘는 왜 또 혼자 심통을 부리는지 몰라 나도 속이 울컥했다. 누구 때문에 기라공의 수파까지 내어주었는지 생각하니 또 울화통이 터졌다.
허나 나는 곧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라수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기는 해도, 공연히 심술부리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는 이 장터에 들어선 순간부터 내내 신경이 곤두섰는지 모른다. 내가 말썽에 휘말리기라도 하면, 뒤치다꺼리를 해야 할 테니까.
나는 사라수의 존재와 그가 내게 내어주는 안락함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당연시하고 있다. 오늘은 내가 져줘야지 별수 없다. 나는 그의 팔을 툭 치며 없는 아양도 떨었다.
“에이, 해공도 참. 마음 푸소. 우리 해공 고생하는 얼굴이 낮이나 밤이나 내 눈에 밟히는 고로 선물 하나 샀다니까. 봐. 아주 부들부들하고 가벼운 천이라오, 글쎄. 내가 직접 매주려고 묶는 법까지 배웠단 말이지.”
“……수편입니까?”
“그래. 하나 있는 걸 날 주고 여태 맨손으로 다녔지?”
그가 날 빤히 쳐다보더니 불쑥 오른손을 내밀었다.
“직접 해주신다면서요.”
목소리가 평소처럼 다정해 마음이 놓였다. 덥석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퍽 오랜 세월 검을 잡은 사람답게 몹시 거칠었다. 허나 동시에 몹시 크고 다정하며 따뜻한 손이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사라수가 무슨 말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꼭 이런 간질간질한 때는 특기인 잔소리도 안 한다.
볼 때는 쉽더니만 직접 해보니 서투르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매듭을 지었으되 해놓고 나서 보니, 상처에다 붕대를 칭칭 감아놓은 꼴이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풀어내려 하자 사라수가 나를 막았다.
“괜찮습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그리고 그는 아주 가끔만 보여주는 그 웃음을 지었다. 여느 때처럼 피식 웃고 마는 웃음이 아니다. 그의 우수 짙은 두 눈은 반달처럼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고, 두 뺨에는 볼우물이 움푹 파인다. 입꼬리도 보기 좋게 오르며 반듯한 치아가 나타난다. 정말 어쩌다 한 번 볼 수 있는 진실한 웃음이다.
겨우 이런 사소한 것에 마음 푸는 것 보면 꼭 어린애 같다.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나는 또 툴툴거리고 말았다.
“아깐 왜 날 따돌렸소? 혼자서 무슨 재미 보려구.”
“약초상 근처에 역귀 싸움판이 있어서요. 그런 거 싫어하시잖습니까.”
아무도 몰랐던 아주 사소한 사실이건만 그는 알고 있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궐에서 유희로 즐기는 동물 곯리기라면 질색을 했다. 언제는 무하 오라버니가 사냥에서 잡아온 노루를 보고 대전 한복판에서 토악질을 하기도 했다. 또 어느 진연 때는 연회당에서 투견판을 벌여놓고 논다면서, 나도 꼭 참석해야 한다고 하기에 싫다고 생떼를 쓰다가 상왕비님에게 종아리가 터지도록 매를 맞은 적도 있다.
허나 이 재앙 이후 나는 사뭇 변해버렸다. 내가 나서서 사냥을 하게 되었고, 역귀의 목덜미에 스스럼없이 칼을 박았고, 자꾸만 내 손에 묻는 핏물도 참을 수 있게 되었다.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헌데 이 사람이 나의 본질을 알고 있다. 나조차도 서서히 잊어가는 본연의 나를, 이 사람이 알고 있다.
“그건 또 어찌 아오?”
“예전에 운군지성에서 우리 고구려 사신단을 맞는 연회를 벌이지 않았습니까. 그때 닭싸움판에서 슬그머니 달아나는 공주님을 보았습니다. 얼굴도 모르던 그때조차 공주님은 표정만 보아도 무슨 생각 하시는지 뻔히 알겠더이다.”
“날 아주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치곤 말씨가 거칠구먼.”
“그런 거 아닙니다.”
그는 또 얼굴을 붉혔다. 어쩌면 뜨겁고 간질간질한 이 기분은 나 혼자 느끼는 것이 아닌가 보다. 그도 변하고 있다. 혹은 마음을 열고 있다. 점점 다정하게 변하고, 숨겨놓았던 자상함을 보여준다. 나로 인해서. 그래서 퍽 사랑스럽다.
사라수는 이내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변하지 마소서.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으니까요.”
“변하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가 없는걸.”
“소생이 대신 궂은일을 도맡을 수 있나이다. 공주님께서 그대로만 계신다면요.”
그의 목소리가 몹시 쓸쓸했다. 이상하게도 지난날에는 미처 그리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직도 사라수는 한없이 멀다. 가까워졌나 싶어도 쉽게 거리를 좁힐 수 없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예?”
“아무것도 아니오.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사라수의 까닭 모를 우울함을 보고 있자니, 이날까지 충분히 아파해야 했던 내 상처도 덩달아 다시금 고개를 들 뻔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잘 눌렀다. 분위기가 칙칙해지는 것이 또 아까처럼 어색해질까 봐 얼른 공연한 치기를 부렸다.
“근데 언제부터 날 그리도 열렬히 연모했대?”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바락 내지르는 사라수를 보고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사라수에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거리감만큼, 나는 그를 믿고 싶다. 그에게 다가가고 싶다. 이런 모순적인 감정을 세상 어떤 글로도 표현할 수 없다.

저자 소개

강미강

처음보다 그 다음이 더 어렵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래도 마음만은 뭔가 울림이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목차

〈1권〉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9화
#10화
#11화
#12화

〈2권〉

#13화
#14화
#15화
#16화
#17화
#18화
#19화
#최종화
#남은 이야기
#작가 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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