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문학’의 시작
‘세월호 문학’이라는 표현은 이 책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명인 교수(인하대 국문과)의 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 참사를 모티프로 많은 글들이 쓰이고 또 책으로 발간되기도 했지만, 소설로서 세월호 이야기는 김탁환 작가의 작품이 거의 유일하다.
김탁환 작가는 이미 2015년에 조선 후기 조운선 침몰 사건을 제재로 하여 세월호를 다시 상기하는 장편 『목격자들』을 썼으며, 2016년에는 장편 『거짓말이다』를 내놓았다. 그리고 이번엔 「찾고 있어요」를 포함한 여덟 편의 중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오직 세월호 이야기만으로 이루어진 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를 내놓았다. 여덟 편의 작품 중에서 「눈동자」,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일까」, 「찾고 있어요」는 다른 매체를 통해 발표된 바 있지만, 나머지 5편은 미발표작으로 이 책에서 처음 소개된다.
세월호는 많은 사람들에게 평생의 상처로 남아 있다. 이 작품집에 실린 8편의 중단편소설은 ‘작가의 말’을 빌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담고자 한 것이고, 그래서 제목도 김민기의 노래 [아름다운 사람]에서 빌려와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라고 지었다. 하지만 이 순간까지도 현재진행형인 세월호 참사의 생생한 기억 때문에 여전히 사람에게는 아픔이다. 말하자면 그 ‘아름다움’에는 여전히 피눈물이 맺혀 있는 것이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많이 변했다.
어떤 사람들은 몇 날 며칠, 아니 몇 달 동안 매일 울었고, 그다음에도 하찮은 돌부리에도 걸려 넘어지는 몸 부실한 사람처럼 우연히 마주치는 별것 아닌 풍경이나 소리 같은 것에도 툭하면 걸려 넘어져 울었다. 그렇게 툭하면 우는 사람들만 변한 것이 아니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대신 마음속에 무거운 쇳덩이를 매달고 살았다. 그래서 걸음걸이도 왠지 둔중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어쩐지 그림자가 드리운 듯 늘 어둡게 되었다. 공연히 신경질이 늘고 화를 잘 내게 된 사람들도 있었다. 그 일이 자기 책임이 아닌데도 세상이 자기 책임이라 추궁하는 듯해서 스스로 궁지에 몰리고, 그러다가 슬퍼하는 사람들, 우는 사람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거꾸로 미워하게 된 사람들도 있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모두 깊은 병이 들었다. _‘해설’ 중에서
이처럼 제재의 생생한 비극적 현재성은 ‘원칙적으로’ 소설적 허구를 구축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방해가 된다. 거꾸로 말하면 세월호의 비극은 좀 더 오래 날것 그대로, 사실만으로 전달되어야 하며, 그것을 허구화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에 그 비극의 진실을 전하는 일, 그 비극의 당사자들의 슬픔과 고통을 공유하여 함께 아파하는 일이 방해받고, 거부당하며 그 대신 부당한 침묵이 강요당하는 상황이라면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그 기억은 지속되어야 하고, 그 목소리는 더 멀리 더 깊이 전해져야 한다면 어쩌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장르의 관행과 소설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참사 이후 김탁환 작가는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를 기획하고 진행자로 나섰으며, 유가족들은 물론 민간 잠수사들, 역시 세월호 문제에 발 벗고 나선 다른 각양각색의 ‘동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진상규명, 유가족 돕기 등과 같은 폭넓고 지속적인 관련 활동을 벌여왔다. 그리고 그는 그 같은 활동에서 얻은 소중한 글감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본업인 소설 쓰기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이 책은 김탁환의 작가적 역량과 세월호 참사가 그에게 가한 존재론적 충격이 뜨겁게 부딪쳐 빚어진 성과이다. 그리하여 이 작품들은 문학이, 소설이 그 변화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문학과 소설은 그 과정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시금석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에 수록된 8편의 주인공 중에서 「이기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두 직접적인 희생의 당사자나 그 가족들이 아닌 주변의 관찰자들이다. 세월호 참사가 지닌 본래의 비극성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바란 대로 “그 순간이 너무나도 참혹하고 안타깝고 돌이킬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하다고 해도, 혹은 생사의 경계를 넘어가버렸다고 해도, 서로의 어둠을 지키는 방풍림”처럼 희망적이어서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희망적이다.
눈동자
주인공은 눈동자 수집가다. 사람의 눈동자를 그 사람의 지문만큼이나 선명하게 기억해내는 인물로, 세월호 침몰 당시 그 배에 있었던 생존자다. 세월호에서 많은 사람을 구했지만, 결국 구할 수 없었던 한 학생의 눈동자와 “아저씨, 난 어떻게 해요?”라는 마지막 말이 내내 그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 학생을 닮은 눈동자를 발견하고 그의 뒤를 쫓는데...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일까
동민은 공항 출입국관리소 직원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차홍식을 위해 규정 위반을 감내하고 아들의 여권에 출국 도장을 찍어준다. 그리고 그 아빠를 통해 거꾸로 아내를 사고로 떠나보낸 슬픔을 위로받는데...
할
잠수사 최진태는 자살로 생을 마감할 결심을 한다. 세월호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로서 다시는 재기할 수 없는 병을 얻은 주인공은 딸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매일 산에 오르며 자살을 할 나무를 고른다. 하지만 우각 스님의 “할”과 세월호 희생학생 장형수의 문자 “할”은 그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우각 스님을 구하기 위한 최진태의 “할”은 그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다...
제주도에서 온 편지
2025년 4월 16일의 윤현진은 스물아홉살이고, 단원고 2학년 담임선생님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현진의 담임선생님 또한 스물아홉 살이었다. 현진은 친구 박민아를 세월호 사건으로 잃었다. 그리고 자신의 나침반이 되어주던 선생님 또한 그 사건에 희생되고 말았다. 너무나 커보였던 담임선생님의 나이가 된 현진은 스물아홉 살 꿈 많고 아름답던 선생님을 기억하고 선생님의 부모님을 찾아뵙는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띄운다...
이기는 사람들
개그맨 박병대는 이상한 동네 작가 형 탁모독에게 인형 탈을 쓰고 선거운동 하는 노경호 씨를 도와주라는 부탁을 받는다. 노경호 씨는 세월호 희생 학생의 아빠다. 그리고 세월호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동분서주한 송금택의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에 뛰어든다. 언제까지 지고만 있을 수는 없다. 봄이 오고 벚꽃이 피는 까닭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되새기기 위함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 우리는 이미 이기는 사람들이다...
찾고 있어요
사진작가 윤창협은 안개를 찍는다. 사진작가가 장래희망이었고, 자신을 닮은 세월호 희생 학생 박재서의 책상을 촬영하며 렌즈를 통해 재서의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해주고, 아들을 잃고 자발적으로 실어증에 빠진 엄마에게 다시 살아갈 희망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곳에서 밤마다 악몽을 꾸는 민간 잠수사 오민재를 만나는데...
마음은 이곳에 남아
안산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3년을 근무하면서 세월호 학생들과 상담을 진행한 주인공은 세월호특조위 조사관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학생들도 애닯지만, 생존 학생들의 마음은 누가 어루만져줄까. 생존 학생 심승태를 통해 남겨진 이들의 슬픔, 그리고 함께 이 슬픔을 이겨 나가는 모습을 조사관의 눈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끝까지 특조위의 조사관직을 수행할 것을 맹세하는데...
소소한 기쁨
작은 기쁨들로 큰 슬픔을 이겨낼 수 있을까? 출판사 편집자 금소중은 황철후 작가의 담당편집자다. 소소한 기쁨들이 큰 슬픔을 견뎌내는 힘이 된다는 황철후 작가의 말은 세월호를 글로 담아내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탁 작가에게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되어 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