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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5년 0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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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8쪽 | 424g | 148*210*30mm |
ISBN13 | 9788984371453 |
ISBN10 | 89843714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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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한 남자의 광적인 집착이 한 여자를 정신 분열에 이르게 한다. 『영원히 사랑해』의 기본 골자다. 여기서 집착이란 지독한 사랑의 오용이다. 아니 『영원히 사랑해』라는 제목 자체가 모순이다. 여자 유디트를 향한 남자 한네스의 사랑은 사랑이라 부르기에는 찜찜함이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에는 어느 정도의 집착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상대적이기 때문에 집착인가 아닌가 하는 건 제삼자의 눈, 당사자의 시선과 수용범위 차이에 있을 것이다.
사랑하면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 그 사람의 일상 공유를 떠나 모든 중심에 자기 자신이 있기를 바라며 자신으로 말미암아 시간이 흘러가길 바라는 소유욕. 단지 바람이기를 떠나 지나쳐버리면 집착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유디트를 향한 한네스의 사랑을 두고 단순히 미친놈의 행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불편함이 남는다. 소설은 오직 여자의 시선, 행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한네스의 심적 상태,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왜 과한 구속과 집착을 하기에 이르렀는지 그의 과거, 유년 시절의 에피소드 같은 힌트라도 있었더라면 받아들이기가 조금 더 수월했을 것인데 말이다. 반면 달콤한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고 스토킹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디트의 심리 묘사는 괜찮았다. 대인 기피, 정신 착란, 강박 증세 등의 상황을 겪는 여자의 모습이 잘 표현돼있다. 생각해봤다. 만약 내가 유디트의 상황을 겪는다면, 내 의도와는 다르게(심지어는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 주변 사람들이 상대방의 관점으로만 나를 바라보려 한다면, 내 의지와는 다르게 주변 상황이 속수무책으로 변화한다면, 유디트만큼은 아닐지라도 분명 정상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거다.
밝음과 어둠, 관심과 방기, 자유와 억압, 사랑과 이별, 세상의 모든 대조되는 것들에 대해 떠올려본다. 무엇이 옳다거나 낫다거나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되는 건 마찬가지이니까. 사랑이 지나쳐도 때로 이별이 오기도 하는 것처럼. 적절함,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워서 감정 과잉이 되고 엉뚱하게 표출되는 광경도 종종 목격하게 되는 것처럼.
마냥 낭만을 꿈꾸기에는 시간의 축적에 따른 현실감각을 익히 탓에 회의적이 될 때도 있다. 그래도 영원한 사랑을 믿는다. 소설이 내게 던진 질문은 영원한 사랑이 존재할까와 같은 평면적인 건 아니었다. 사랑할 때 수반되어야하는 관계 속의 마음이라던지 이해와 배려, 그리고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내가 지금 사랑을 새로 시작한다해도 언젠가 만나게 될 상대와 나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혀 모르고 살았던 사이일 것이다. 그 시간이 첫눈에 반한 이끌림이던지 단시간의 끌림만으로 모두 와해될 수는 없을 테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은 딱히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무조건 맞춰가면 되는 게 아닐까에만 집중하고 맞추기 어려우면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곤 했었다. 먼저 전제되어야할 것은 우리는 꽤 긴 시간 동안 같은 세상에서 살았지만 다른 시간을 살아왔다는 것인데 말이다. 같은 세상을 살았지만 다른 시간을 살아왔던 유디트와 한네스의 사랑이 아름다울 수 없었던 것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노력을 하기보다 일방적으로 맞추기를 갈망해서이지 않았을까. 그게 누군가에게는 강박이 되고 정신적 가학이 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사람의 감정이란 헤아릴 수 없을만큼 복잡미묘하고 섬세하니까 말이다.
사랑이라는 게 뭘까.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아왔어도 한 단어로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명확하게 진단할 수 있었다면 이별 또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순이 되었을 테니 어쩌면 사랑이라는 건 정의내릴 수 없는 게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랑할 때나 사랑하지 않을 때나 우리는 모두 가끔씩 외로워지나 보다. 사랑할 때는 상대방과의 어긋남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없을 때는 사랑의 향수가 불쑥불쑥 고개를 들이밀기도 하니까. 어떤 것도 경험을 이기지는 못한다. 살면서 점차 깨닫게 되는 것도 경험을 통해서이니까. 사랑도 마찬가지다. 할 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생각하게 된다. 물론 머리로 하는 생각과 현실은 또 다르겠지만. 한때는 그 사람의 시간 대부분을 공유하기를 바랐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상대에게 집중하기에 앞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을 때 사랑도 편안해지지 않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사랑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두 사람의 이별은 완성되는 게 아닐까. 누구에게는 사랑의 기억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다면 그건 결코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다. 혹 내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그런 기억이지나 않을까, 상상만으로 조금 슬퍼진다. 그래서 비단 사랑뿐 아니라 세상 모든 감정의 오고 감은 적정선을 지켜가야 하나보다. 가장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도서관에서 빌려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다 읽어냈을 정도로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소설 제목 자체가 ewig dein이다. 영어로 하면 'Forever yours'라고 하나. 연인 중 한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무척 사랑했던 사람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는 말처럼 들릴 때는 그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말이 없을 것 같은데, 또 상황에 따라서는, 즉 결과적으로 보면, 감동을 내세워 일방적인 집착을 도모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 말이 향하는 상대를 자신에게 완전히 종속시키려는 집요함과 통제가 보인다고나 할까. 사랑과 선함의 외양 안에 치밀하게 숨긴 자신의 에고가 은밀하게 지배하고 조종하는 '대상'으로 상대를 끌어내려서 말이다. 어떻게 보면 상대의 존재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그만큼 상대를 들어올리는 역할을 자신이 함으로써, 상대의 에고에 자신의 에고의 하중을 늘려 자신의 존재의 중심은 물론 자신이 관계하는 상대의 존재의 중심까지 자신이 차지하려는 절박한 시도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어떤 상황에서 또 어떤 사람이 말하느냐에 따라 이 말이 가진 의미와 가치가 빛과 그림자처럼 명백히 갈려지는 것 같다.
빛과 그림자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겹치거나 만나는 부분이 전혀 없이 서로가 서로의 완전히 반대면을 이루지만, 또 동전의 양면처럼 운명적인 하나의 것, 즉 하나의 유기체가 동시에 갖고 있는 두 가지 습성으로 서로가 서로의 반대가 되어야 하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관계를 동전으로 보면 한 사람이 앞면을 이루면 다른 사람은 뒷면을 이루어야 하는 것인가. 관계를 빛과 그림자가 이루는 하나의 유기체로 보면, 그렇다면 한 사람이 빛이 되면 다른 사람은 그의 그림자가 되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것인가. 이 소설을 보며 궁금했다. 그렇다면, 빛과 그림자로 나누는 판단 방식이 각자 놓인 상황을 이분적으로 보게 만드는 걸까, 아니면 상황이 이분적으로 양극으로 갔던 것이 결과적으로 '빛과 그림자'로 외부와 자신을 보는 그의 관점과 가치관을 만들었던 걸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빛과 그림자로 나누는 만큼 강박적이고 편집적인 것도 없다는 것을 일깨우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이 전개시키는 내용인 것 같다. 단순하게 말해서, 양쪽으로 치우친 빛과 그림자로 관계의 평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균형감각으로 평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줄거리는 이러하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살고 있는 유디트는 37세의 미혼 여성으로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조명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부활절을 맞아 슈퍼마켓에서 치즈를 사다가 어떤 남자로부터 발 뒤꿈치를 밟히는데 그 순간부터 그 남자가 그녀의 활동 영역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의 활동 영역에 들어오기 앞서 이미 첫 만남부터 유디트의 의식 영역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우연 같지가 않다. 연애에 대한 달달한 환상 없이 구속받지 않은 자유로운 사랑을 선호하는 유디트는 그래서 남자친구도 두지 않고 자주 만나는 친구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인간관계를 꾸려 왔다가, 어느 날 나타나서 그녀를 절대적으로 '사랑해주는' 그에게, 그의 로맨티시즘적인 달달함에 점점 마음이 끌린다. 자신의 의식을 송두리채 사로잡은 이 남자에 대해 신중한 거리를 유지하자고 스스로 다독이면서도, 한편으론 한 사람에게 '유일무이한 대상'이 되는 데에서 오는 충족감을 맛본다. 한마디로 넘어간 것인데 사실 그건 그녀의 의지가 아니다.
하지만 사랑의 행복은 길지 않았다. 그로부터 그녀가 누린 에고의 행복은 그녀에게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그의 에고의 '행복'으로 축적되는 것이었다. 그녀의 사정을 살피기 보다는 (그녀의 사정을 살피는 것도 사실상 그가 품는 목적의 대상에서만 이루어지는) 자기 자신의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남자 한네스에 지쳐 유디트는 결별을 통고하기 이르고, 그녀를 놓아주지 못하는 한네스의 사랑은 이제 일방적인 집착과 통제로 이어진다. 처음엔 그녀의 친구들과 가족들의 마음을 사서 그들로 하여금 그녀가 좋은 사람을 저버리고 있다는 비난을 하게 만들더니, 곧 그녀의 생활과 의식 영역을 그가 엮어놓은 거미줄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활로 옭아죄어 이제 그녀를 노이로제로 정신병원까지 들락날락하게 만드는 지경으로 만들고 만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아무래도 유디트의 감정과 시선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는 그녀의 세계에서 외부의 몰이해와 외롭게 싸우는 그녀의 입장이 되어, 그녀가 알 수 있는 정도까지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 심증이 물증으로 나타나는 전개가 매우 놀랍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하면 끝까지 놓지 못하고 바로 읽어내리게 되는 이유 중엔 우리가 유디트와 함께 갖게 되는 이 심증이 어떻게 물증으로 밝혀지는 지 보고 싶은 호기심도 있을 것 같다. 얼핏보면 이 이야기가 정신병원 입원이라는 어떤 특별한 케이스를 다루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속살을 보면, 이 이야기가 평범한 연인들 사이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 점점 확장한다는 데에서 호기심과 무서움과 공감을 불어일으키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유디트의 시선으로 그녀가 느낀 심증을 물증으로 밝혀내는 것에 치중했기 때문에 겉으로 나타나는 역동에만 치중했지 소위 프로이트 식으로 왜 그들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 행동이 어떤 과거에 근저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른바 과거와 원인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것이 아쉽다면 아쉽고, 또 (원인에 집착하지 않고 지금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신선하다면 신선한 부분이었다. 그저 그런 사랑 혹은 집착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서 생각하고, 한네스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생각하는 것은 그것을 궁금해하는 독자의 몫으로 다가왔다. 몇 가지 단서가 제공되었지만, 그 단서들이 왜 단서인지 설명될 줄 알았더니, 그저 심증이 물증으로 드러나는 데 가시적인 증거 자료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책이 끝나는 이 지점에서 이제 독자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 단서들을 가지고 추리해보면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작가 다니엘 글라타우어는 17년간 법원통신원으로 일하면서 실제 접한 사건을 두고 그의 작가적 상상력과 그의 다음 작품에 대한 목적성을 가미해 이 소설을 내놓았다고 한다. 실제 사건이라니...... 그래서 더욱 더 놀랍고 흥미로왔다.
사랑은 평범하지 않다. 사랑엔 여러가지 얼굴이 있다. 각자 성격대로 사랑의 정의를 내린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으로 사랑의 정의를 내린다면 이 세상을 너무 착하고 이상적이고 단순하게 보아서 다양성을 무시하고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 복잡한 세상만큼, 사랑도 매우 복잡한 것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사랑은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역동으로 그 색깔이 그 성격이 드러나게 되면서, 각자의 관계에 고유한 색깔과 성격을 띄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마저도 아주 고유한 것은 아니다. 푸른 색을 각각 기호화하면 점 보다 더 작은 점들이 서로 전혀 겹치지 않는 기호를 이루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푸른 색이라는 스펙트럼 안에 있는 것처럼. 고유한 색깔을 띠는 사랑이라도 결국엔 일정 범주에 들어가서 그 몇 가지로 크게 나뉘어진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랑은 보기 아주 드문 것 같다. 그래서 어떤 막장드라마같은, 충격적인, 치명적인 사랑이라도 우리가 나름 읽어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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