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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ie Fischer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 21, 14, 24, 30, 18 & 32번 (Beethoven: Piano Sonatas) 아니 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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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20일

220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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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소개

‘헝가리의 명피아니스트’ 아니 피셔 서거 20주기 추모 앨범!
60년대 초 피아니스트로서의 최전성기 시절, EMI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 남긴 진귀한 기록!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집
여성스러운 온화함 속에서 다이내믹한 타건이 인상적인 ‘월광’ 소나타를 비롯하여, 자유분방한 개성과 활달한 피아니즘으로 이상적인 베토벤 상을 구현한 ‘비창’과 ‘발트슈타인’ 등 ‘헝가리의 명피아니스트’ 아니 피셔의 명반이 그녀의 서거 20주기를 맞아 부활하다!

고귀한 정신과 심오함을 지닌 위대한 연주자
글: 황진규

2차 세계대전 이전의 헝가리는 뛰어난 음악가들의 산실 같은 곳이었다(물론 그 이후에도 뛰어난 음악가들은 계속 있었지만, 수십 년에 걸쳐 쳐져 있었던 ‘철의 장막’ 때문에 2차 대전 이후에 나타난 음악가들의 이름을 우리가 접할 기회는 최근까지도 그리 많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휘자 게오르크 솔티나 첼리스트 야노스 스타커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한때 일세를 풍미했던, 그러나 부당하게도 오늘날에는 앞서 거론한 두 사람보다 더 잊혀진 감이 있는 한 여성 피아니스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애니 피셔’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아니 피셔’라고 불러야 옳은 피아니스트가 바로 그 사람이다.

1914년 7월(참고로 말하자면 바로 이 달에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에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서 이미 8세 때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무대에 데뷔했고, 그 뒤 프란츠 리스트 음악원에서 에르뇌 도흐나니를 사사했다. 12세 때부터 해외 연주를 한 그녀는 1933년에 프란츠 리스트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함으로써 일약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유명한 비평가이자 음악학자로 훗날 부다페스트 오페라 극장 감독을 역임했던 알라다르 토트와 결혼한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2차 대전이 벌어지자 유대계였던 피셔는 남편과 함께 이른바 ‘추축국’ 진영에 가담한 헝가리를 떠나 스웨덴으로 피신했고, 전쟁이 끝난 뒤인 1946년에 부다페스트에 돌아갔다. 1968년에 남편을 사별한 뒤에도 계속 그곳에 살았으며, 연주 외에도 타마슈 바사리를 발굴해 국제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게끔 지원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피셔는 1995년에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 남편 곁에 묻혔다.

음악가는 ‘단명한 천재’ 류에 속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체로 장수하는 경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독한 골초로 이름났던 피셔로서는 80세면 상당히 장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녀는 생전에 담배를 입에서 뗀 적이 없었다고 하며, 이런 그녀에게 영국 음악가들은 ‘Ashtray Annie’, 즉 ‘재떨이 아니’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담배를 물지 않았던 거의 유일한 순간이 바로 피아노 앞에 앉아 있을 때였다고 하는데, 남아 있는 사진으로 판단해 보면 예외도 없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피셔의 연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리고 그녀의 전성기 때 함께 활동했던 많은 여성 피아니스트(예를 들어 클라라 하스킬이나 마르셀 마이어)의 ‘여성적’인 연주와는 사뭇 달랐다. 유연하면서도 힘차고 정신적인 깊이까지 겸비했던 그녀의 연주에 대해 비평가뿐만 아니라 동료 연주자들도 경외심을 갖곤 했다. 예를 들어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는 “아니 피셔는 고귀한 정신과 진정한 심오함을 지닌 위대한 연주자이다.”라고 쓴 적이 있으며, 마우리치오 폴리니는 젊은 시절 들었던 그녀의 연주에 대해 ‘어린애 같은 단순함과 직접성, 경이로움’을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레퍼토리의 폭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등 이른바 ‘독일-오스트리아 메인스트림’ 외에는 리스트와 쇼팽 약간 그리고 벨러 버르토크를 비롯한 헝가리 음악가들 정도였다), 그녀의 연주는 최고의 찬사를 누렸으며 이런 면모는 그녀가 남긴 많지 않은 녹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피셔의 녹음이 많지 않은 것은 레코딩에 대한 그녀의 태도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는 일부 음악가와는 달리 녹음 기술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청중 없이 이루어지는 해석은 인위적이고 옹색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그녀의 녹음 중 상당수가 연주회 실황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스튜디오 녹음 가운데도 뛰어난 것이 적지 않으며,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최대 위업이라고 평가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은 스튜디오 녹음이다. 그녀는 1977년에 이 작업에 착수한 지 15년만인 1992년에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단순히 녹음 기간만 따져도 그렇지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그녀의 나이가 63~78세였음을 감안하면 진정 서사시적인 위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비판적인 성격이 강했던 피셔는 생전에 이 녹음들의 발매를 허락하지 않았으며, 이들 음원은 그녀 사후에야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훙가로톤 레이블에서 발매되었다).

베토벤이야말로 피셔가 평생에 걸쳐 추구한 하나의 궁극적인 지향점이었다. 앞서 말한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과 더불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있다. 1992년에 있었던 마지막 런던 공연에서 그녀가 앙코르로 연주한 것은 다름 아닌 저 ‘함머클라비어 소나타’의 푸가였다. 한창 때의 피아니스트에게도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닌 이 음악을 78세가 되려는 시점의 할머니가 연주했다고 생각해 보라. 이쯤 되면 제정신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렇다면 아니 피셔는 그 이전에는 베토벤을 녹음한 적이 없었을까? 아니다. 1957~61년에 걸쳐 EMI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음원들도 있다. 이 음반에 실린 소나타들이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이들 소나타를 녹음할 당시 아니 피셔는 경력과 기량 모두에서 정점에 달해 있었다. 이 음반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게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노년의 소나타 전곡 사이클보다도 여성 피아니스트로서는 드물 정도로 강건한 연주를 들려줄 줄 알았던 그녀의 연주 스타일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여러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피셔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건반을 문자 그대로 내리쳤다. 그렇다고 해서 시적인 서정미나 명상적인 깊이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그녀는 악상이 요구한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어떤 해석이든 들려줄 준비가 되어 있는 피아니스트였다.

아니 피셔가 죽었을 때, 닐 이믈먼은 〈인디펜던트〉에 실린 추모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단언했다. “그녀가 겉보기에는 별달리 애쓴 흔적 없이 자유로운 표현을 들려주는 가운데 내용 사이에서 그녀가 유지한 균형감은 빌헬름 푸르트뱅글러를 연상케 한다. 베토벤의 사고 과정을 따라가는 그녀의 시선은 아르투르 슈나벨에 비할 만하다.” 이 두 음악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주장에서 피셔의 스타일을 유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피셔의 템포와 아티큘레이션은 강제적인 느낌이나 인위적으로 계산한 흔적이 전혀 없으며, 유동적이면서도 언제나 자연스럽고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각각의 음을 매우 명확하게 소리 내면서도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 안에서 조화를 이루게 하는 능력이 있다. 이러한 아니 피셔의 음악성은 당대에도 비범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유일무이한 그 무엇으로 남아 있다.

아티스트 소개

작가파일보기 관심작가알림 신청 연주 : Annie Fischer

애니 피셔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

디스크

  • 전체 선택듣기 CD 1
  • 미리듣기 01. Piano Sonata No.8 in C minor Op.13 'Pathetique' I. Grave - Allegro di molto e con brio _8.56
  • 미리듣기 02. II. Adagio cantabile _5.10
  • 미리듣기 03. III. Rondo: Allegro _4.41
  • 미리듣기 04. Piano Sonata No.21 in C Op.53 'Waldstein' I. Allegro con brio _11.02
  • 미리듣기 05. II. Introduzione: Adagio molto _3.34
  • 미리듣기 06. III. Rondo: Allegretto moderato - Prestissimo _8.45
  • 미리듣기 07. Piano Sonata No.14 in C sharp minor Op.27 No.2 'Moonlight' I. Adagio sostenuto _6.26
  • 미리듣기 08. II. Allegretto _2.06
  • 미리듣기 09. III. Presto agitato _7.21
  • 미리듣기 10. Piano Sonata No.24 in F sharp minor Op.78 I. Adagio cantabile - Allegro ma non troppo _4.33
  • 미리듣기 11. II. Allegro vivace _3.05
  • 전체 선택듣기 CD 2
  • 미리듣기 01. Piano Sonata No.30 in E Op.109 I. Vivace ma non troppo _3.47
  • 미리듣기 02. II. Prestissimo _2.27
  • 미리듣기 03. III. Tema: Andante molto cantabile ed espressivo - Variazioni 1-6 _12.12
  • 미리듣기 04. Piano Sonata No.18 in E flat Op.31 No.3 I. Allegro _7.54
  • 미리듣기 05. II. Scherzo: Allegretto vivace _4.59
  • 미리듣기 06. III. Menuetto: Moderato e grazioso _4.30
  • 미리듣기 07. IV. Presto con fuoco _4.48
  • 미리듣기 08. Piano Sonata No.32 in C minor Op.111 I. Maestoso - Allegro con brio ed appassionato _8.56
  • 미리듣기 09. II. Arietta: Adagio molto semplice e cantabile - Variazioni _16.14

제작사 리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과 ‘발트슈타인’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가운데 일부, 특히 ‘비창’과 ‘월광’, ‘열정’, ‘발트슈타인’이 유독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그 곡들에 ‘제목’이 붙어 있다는 점이 적지 않게 작용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이따금 있다. 하지만 이 소나타들은 너무나 뛰어나기에, 말하자면 ‘Op.27 2번 C샤프단조’보다 더 부르기 편리한 명칭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쪽이 진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름은 그 자체만으로는 인기를 얻기에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고별’ 소나타의 제목은 작곡가가 직접 붙인 것이지만(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원어인 ‘Lebewohl’보다 프랑스어 번역인 ‘Les Adieux’를 더 흔히 사용한다), ‘전원’이나 ‘템페스트’처럼 출처 미상의 제목이 붙은 소나타의 경우만큼 폭넓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베토벤이 ‘고별’이라고 이름 지은 ‘Op.13’은 1799년에 ‘클라브생 또는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비창 대소나타(Grande Sonate Pathetique, pour le Clavecin ou Piano-Forte)’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제목을 옮길 때는 주의해야만 한다. ‘비창’이란 말 자체가 꽤나 부정확하다. 우린 이 단어에 한 무더기의 의미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동정심이나 슬픔’ 같은 현대적 의미뿐만 아니라,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교향곡’에 적용된 것처럼) ‘강렬한 감정이나 동요를 일으키는 것’이라는 한층 일반적인 의미도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19세기에 ‘파토스’란 말은 예술작품의 속성 가운데 영구적이고 이상적인 측면에 대비되는 순간적이고 감정적인 성격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곡은 하프시코드(클라브생) 또는 피아노로 연주되도록 지정되었는데, 이는 분명 악보 발행 부수를 늘리려는 출판업자의 판단 때문이며 베토벤이 실제 염두에 둔 악기가 피아노였으리라는 점은 첫머리 서법만 봐도 명백해진다.

피아노는 베토벤의 악기이자 그의 개인적인 표현 수단이었다. 그의 영웅적인 악상 중 상당수는 교향곡이나 협주곡, 사중주의 형태로 구체화되었지만, 우리가 인간 베토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피아노 소나타를 들을 때이며 특히 그가 경력 전반기에 쓴 곡들이 그렇다. 비범한 피아니스트이자 즉흥 연주자였던 베토벤은 자신이 느낀 바를 곧바로 강력한 손가락으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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