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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4년 02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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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6쪽 | 438g | 140*200*20mm |
ISBN13 | 9788959755974 |
ISBN10 | 8959755974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황석영 『철도원 삼대』 최종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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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의 날/예스24 X 난다] 가장 오래된 고백의 이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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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1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큰 반전을 품고 있는 소설을 읽은 후에는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밉니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하면서 리뷰를 써야 할 텐데, 반전을 일부러 다루지 않는다면 작가가 진정으로 전하고자 했던 주제 역시 다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비 독자의 즐거움을 앗아갈 수는 없으므로, 이번 리뷰에서도 최대한 반전은 건드리지 않은 채 살살 에둘러 걸어볼 생각입니다. 제가 느꼈던 충격을 여러분도 고스란히 맛보셔야 공평할 테니까요.
그렇다. 지금의 나는 잘 안다. 그들 다섯 명이 이형의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나와 마찬가지로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의 품을 떠나 이 <학교>로 끌려온 아이들이라는 것을. 하지만 여기 처음 왔을 때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는 물론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주위의 모든 것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악의로 가득 찬 암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잘 안다. 전부 다. 그렇게 이해함과 동시에 마물 다섯 마리의 기분 나쁜 윤곽은 서서히 녹아내려 익숙한 얼굴로 변한다. 다섯 마리가 다섯 사람으로 변한다. - 11P
주인공 소년인 마모루는 언제부터인가 정체불명의 <학교>라는 곳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언제부터인가'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언제,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긴 시간을 거쳐 일본의 평범한 가정 집에서 -전혀 일본이라고는 볼 수 없는, 늪과 악어와 황야밖에 없는 곳에 홀로 Y형으로 지어진- 이 <학교>로 오게 된 것인지 마모루의 기억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마모루는 언젠가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며 <학교> 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0대 초반인 친구들 5명과 교장, 사감, 코튼 부인, 그리고 주인공인 마모루가 전부였던 이 <학교>에 신입생이 새로 들어오면서 평화롭던 일상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신입생이 또 오나요?"
"어머, 감이 좋네요."
마치 정답을 맞혀버려 재미없다는 듯이 코튼 부인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신하'에게서 눈을 돌리고 자기 테이블에 앉았다.
"맞아요. 시워드 박사님과 파킨스 씨는 여러분의 새 친구를 데리러 가셨어요.
그 말을 들은 '신하'의 반응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신하'는 분명 떨고 있었다. 안 그래도 늘 뭔가에 겁을 먹은 듯한 눈이 분명 공포에 젖어 있었다. - 27P
아이들 중 가장 늦게 <학교>에 들어온 마모루는 신입생의 등장 소식에 동요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 동요는 '신하'라는 별명을 가진 빌부터 시작해서 '중립'인 하워드, '시인'인 케네스, '여왕님'인 케이트, 그리고 스텔라까지 모두를 뒤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신입생인 루 베넷과 <학교>에서 마주한 순간, 마모루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까지 공포에 떨었는지를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처럼 시야가 뒤틀리더니 심한 현기증이 여섯 아이를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그 고통은 교장 선생님이 정식으로 루 베넷을 소개하기 직전까지 이어졌습니다.
문득 생각이 났다. 이 이상한 감각은 경험한 적이 있다. 이것은…… 그렇다, 이것은 그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루 베넷이라는 신입생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우리를 흘낏 쳐다보고 머금은 냉소.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모멸감이 온몸을 휘감았을 때의 견딜 수 없는 불안. 그리고 공포. - 207P
루 베넷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불안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지만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며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시험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유지하고 있던 평화는 <학교>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산산조각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깨진 틈 사이로 조금씩 드러나는 <학교>의 정체는 마모루를 더욱 더 끔찍한 곳으로 내몰았습니다. 도대체 이 <학교>는 어떤 곳이며 아이들은 왜 <학교>로 오게 된 것일까요.
"내 이름은 스텔라……." 내가 이끄는 대로 <학교>에서 멀어지면서 스텔라는 겨우 목소리를 냈다. "스텔라 나미코 델로즈. 지금 열한 살이고 부모님과 함께 개선문이 보이는 파리의 커다란 아파트에 살아."
"그래, 스텔라. 그리고 내 이름은 마모루 미코가미. 지금 열한 살이고 일본 고베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아. 어른이 되면 널 신부로 맞으러 프랑스에 갈 거야." - 273P
책을 다 읽은 후에 돌이켜보면 아주 세밀한 설정 하나하나까지 모두 수많은 반전들을 위한 복선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후반부에 접어들면 전개 속도를 따라가기 벅차다고 느껴질 만큼 강렬한 반전들이 연달아 제시됩니다.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접해본 것이었는데, 왜 저자를 '롤러코스터식의 전개에 능한 작가'라고 소개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는 반전들을 지나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독자는 자기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기억'에 대해 슬픈 의문을 품게 됩니다. 나의 마지막 기억은, 어떤 장면일까.
<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을 읽는 내내 제목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난 후에야 비로소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신의 논리. 하지만 인간이 어떠한 의도를 갖고서 그 논리에 마법을 걸 수는 없을까.' 어쩌면 니시자와 야스히코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을 써내려갔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신의 논리를 거스르기엔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나도 나약한 존재이지만, 그래도, 부디 우리 앞에 펼쳐진 길에 행복과 축복이 가득하기를.
참고로 위의 이미지는 <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의 일본판 표지.
거룩한 느낌이 강렬한 탓에 개인적으로는 한국판 표지보다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나타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반면 <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 한국판 표지는
몽환적인 바탕과 시계 이미지를 통해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비현실적인 인상을 잘 구현했다고 봅니다.
작품의 반전까지 고려해서, 저는 한국판 표지가 더 마음에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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